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가운데 2021년 11월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한쪽에서는 방역요원들이 방역준비를 하고있다./연합뉴스

30일 국내에서도 오미크론(Omicron) 변이 바이러스 감염 의심 사례가 나오면서 ‘오미크론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시급히 봉쇄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전문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남아공, 보츠와나 등 아프리카 8국에서 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강한 봉쇄 조치가 조기에 실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확진자·중환자·사망자가 폭증하면서 병상, 의료 인력 부족 등 의료 대란이 빚어지고 있는데 전염력이 센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확산을 최대한 늦추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실기하면 재앙적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오미크론 확진 전부터 전면 봉쇄

오미크론 변이가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를 보이자 세계 각국은 이미 고강도 봉쇄 조치에 나서는 상황이다. 일부 국가들은 오미크론 변이 최초 발생 지역인 남아프리카발(發) 입국 통제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들의 입국을 전면 차단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최근 한국에 비해 신규 코로나 확진자가 급감했던 일본은 모든 외국인의 입국 금지라는 초강수를 선택하고, 30일부터 이를 시행한다고 정부가 지난 29일 전격 발표했다. 일본의 이 결정은 이날 나미비아에서 온 귀국자가 의심 증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확진 여부도 판명 나기 전에 신속하게 결정된 것이다. 일본은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자 지난달 초부터 유학과 비즈니스 목적 체류자의 입국을 허용했지만, 돌발 변수가 등장하자 자국민의 보건 안전을 택했다.

11월 30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 입국안내 전광판에 운항취소된 항공편 정보가 나오고 있다.일본은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나오기 전에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봉쇄하는 조치를 취했다./AFP 연합뉴스

코로나 첫 유행 국면에서 선제적으로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차단했던 이스라엘 역시 이번에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7일 밤(현지 시각)에 “29일 0시부터 2주간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변이 바이러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한 지 바로 하루 뒤에 발표한 것이다. 북아프리카 국가 모로코 역시 연간 1000만명의 관광객이 오는 관광 대국임에도 29일 밤 11시 59분(현지 시각)을 기해 자국으로 오는 모든 항공기의 운행을 금지했다.

◇‘델타의 실수’ 반복해선 안 돼

우리도 지금이라도 빗장을 더 걸어 잠그는 비상 조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델타 변이에 느슨하게 대처했다가 한순간 델타 변이가 퍼진 지난여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선 지난 4월 22일 첫 확진자가 확인된 이후 지난 6월 말까지도 전체 바이러스에서 차지하는 델타 변이의 비율이 3.3%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7월 해외 예방접종 완료자는 자가 격리 면제를 시켜주며 델타 변이 위험 국가도 별도로 설정하지 않았다. 당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델타 변이의 경우 아직까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해외 동향 등을 계속 모니터링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홍대 인근 원어민 강사 모임, 전북 외국인 노동자 집단감염 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현재는 델타 변이 감염자가 국내 확진자의 100%에 가까운 상황이다.

현재 주간 감염병재생산지수(확진자 한 명이 주변 몇 명까지 감염시키는지 따지는 지표)는 1.19로 직전 주(1.10)보다 더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오미크론이 국내 확산할 경우 초대형 위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봉쇄 수위에 대해선 전문가들마다 견해 차이가 있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교수는 “국경 추가 봉쇄로 인한 경제 피해 등도 상당할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되, 확진자가 발생한 나라는 ‘예비 위험 국가’로 지정해 이 나라들에서 온 확진자들의 방역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해외 입국자는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10일 동안 자가 격리를 하고, 남아프리카 8국은 물론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들에서 온 입국자들도 시설 격리를 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지금도 병상이 없어서 허덕이고 있는데 ‘더 센’ 오미크론 유입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무조건 오미크론이 확산되는 걸 지연시켜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적어도 오미크론 지역 확산이 시작된 유럽 국가에서 오는 사람들은 오미크론에 대한 정확한 위험도 평가가 나오기 전까지는 틀어막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