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앞둔 22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가 한산하다. /김지호 기자

정부가 지난 19일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를 적용한지 닷새만인 24일 2단계로 올리면서 소상공인이 다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자영업자들은 “이제 겨우 장사가 될 만한데, 연말 대목 앞두고 또 문 닫으라니 다 망하라는 거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방역의 필요성은 공감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만이 나오는 것은 여전히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식의 지침 때문이다. “감성방역으로 자영업자 편 가르기 하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식당은 코로나 안걸리고, 카페만 걸리나”

2단계 격상으로 가장 타격을 입는 업종은 ‘카페’다. 지난 8월 ‘2.5단계(강화된 2단계)’ 때 정부는 프랜차이즈 카페는 포장·배달만 되고, 개인 카페는 정상 영업을 허용하는 ‘고무줄 잣대’로 비판받았다. 24일부터는 프랜차이즈·개인 가게 구분없이 모든 카페가 ‘배달·포장’(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일부 카페 점주들은 “식당은 코로나 안 걸리고, 카페만 걸리냐”며 반발하고 있다. 식당은 2단계에도 여전히 실내 영업이 허용되고, 오후 9시 이후에만 포장·배달하면 되기 때문이다.

카페 중에서도 ‘실내 영업’이 허용된 스터디카페에 대한 불만도 있다. ‘공부족(族)’이 많은 특성상 일반 카페와 달리 말을 거의 하지 않지만, 지난 8월에는 영업 중단에 포함됐는데 이번에는 빠지면서 ‘잣대가 들쑥날쑥하다’는 것이다.

반면 이전 2~2.5단계 때 일제히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영업이 중단됐던 PC방·노래방은 상황이 나아졌다. PC방은 칸막이만 있으면 나란히 붙어 앉거나, 음식 취식도 가능해 사실상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 노래방은 낮 영업은 허용하고, 오후 9시 이후 영업금지로 완화됐다. 이 때문에 카페 점주들 사이에선 “지난번에는 노래방·PC방이 맞았으니, 이번에는 카페가 뒤집어쓸 차례냐”는 얘기가 나온다.

한 자영업자는 “최근 정부 발표 때 5단계로 세분화한다는 얘기만 들었지, 자세한 내용은 몰랐는데 실제로 닥쳐보니 여전히 제대로 된 기준도, 대책도 없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했다.

2단계 방역 조치(24일 0시부터 12월 7일 자정까지)

◇“연말 대목 코 앞인데…다들 외출 꺼려”

오후 9시 이후 실내 영업이 금지된 음식점도 “연말 대목을 앞두고 소비 심리가 확 꺾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확진자 수가 300명을 웃돌며, 지난 주말(11월21~22일)에도 손님이 확 꺾였다고 한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이제 겨우 장사가 좀 회복세에 접어든다 싶었는데 다시 영업 제한을 하면 그야말로 다 망하라는 것”이라며 “밀린 임대료나 임금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제갈 회장은 “이제 사람들이 저녁에 집 밖으로 나오질 않으려 한다”며 “소비쿠폰 발행을 중단한 것도 외식 업계에는 큰 타격”이라고 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저녁 장사도 문제지만, 이런 분위기에 손님들이 밖에서 밥을 사먹으려고 하겠느냐”며 “처음부터 방역을 확실하게 했어야 하는데 롤러코스터마냥 자꾸 풀어줬다, 말았다 애매하게 하니까 코로나가 다시 터진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 서강대 등 신촌지역 대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2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먹자골목이 주말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쿠폰, 영업중지… 무한 반복이 K방역”

소상공인들은 긴 장마에 코로나로 여름 대목을 날리고, 연말 성수기까지 놓칠 위기에 놓였다. 11평짜리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한 점주는 “자꾸 빚만 늘어나고 월세도 내야하는데 잠이 안온다”면서 “자영업자들이 죄인도 아니고, 대책도 없이 대체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 자영업자는 “확진자 감소->소비쿠폰 발행->확진자 증가->단계 상승->확진자 감소->소비쿠폰 발행, 이게 무한루프 K방역”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인터넷 자영업자 카페에는 2단계 발표 이후 “다음달까지 하고 폐업한다. 속이 시원하다” “저도 가게 내놓고 장사하고 있다” “폐업도 다 돈이라, 폐업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게 더 우울하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차라리 6시간 선택 영업을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 점주는 “코로나가 오후 9시만 되면 좀비처럼 돌아다니는 것도 아닌데, 왜 불공평하게 오후 9시 이후만 규제하느냐”며 “하루 중 원하는 시간을 골라 6시간만 선택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하면, 전염 확률도 낮아지고 자영업자 피해도 덜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경제 뿌리인 자영업자가 흔들리면서, 피해도 전방위적으로 확산 중이다. 서울의 한 상가 건물주는 “월세를 깎아준다고 해도 식당들이 장사 못하겠다고 나가니까 공실률이 높은 상황”이라며 “가게를 내놔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으니 시설비도 못 건지는 가게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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