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빼빼로 데이’를 앞두고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TSX 브로드웨이’ 빌딩 전광판에 빼빼로 제품과 광고 모델 스트레이 키즈의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빼빼로는 지난해 870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20년 대비 200% 늘어난 수치다. 제과·라면·음료 등 국내 유통 기업들은 한국 드라마 같은 콘텐츠로 K푸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지금을 수출 외연 확대의 기회로 삼고 있다. /롯데웰푸드 제공

국내 유통업체들의 해외 공략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중국 같은 대형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해 오던 국내 업체들은 이제 중동·중남미·아프리카 등 신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 드라마 같은 콘텐츠로 K푸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지금을 ‘수출 외연 확대’의 기회로 삼는 것이다.

장기화하는 내수 침체 상황에서 해외 시장은 기업의 실적을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매출 비율이 높은 식품 기업들이 작년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과 달리 해외 매출 비율이 높은 삼양식품·오리온이 각각 22%, 1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이 그 방증이다. K푸드와 화장품 수출은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을 찍었다.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104억1000만달러, 화장품 수출액은 같은 기간 12.3% 증가한 11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한 마트에 후레쉬파이 등 오리온 과자 제품이 진열돼 있다. /오리온 제공

◇해외 공략 지도 달라진다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펼쳐오던 라면 업체들은 최근 해외 신규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농심은 미국·중국·일본뿐 아니라, 매운맛에 익숙한 멕시코·브라질과 라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국·인도 등 7국을 핵심 해외 국가로 선정했다. 오뚜기는 작년 말부터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제품) 인증을 받은 진라면을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무슬림 인구가 많고 라면 시장이 크게 형성된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상의 김치 브랜드 종가가 영국 런던 뮤직 페스티벌 ‘APE 2025’에 참가한 모습. /대상 제공

간편식 제품은 중남미·아프리카·중동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상은 김치 브랜드 종가와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의 김·떡볶이 등을 앞세워 작년 중남미(16%)·아프리카(52%) 등 신시장에서 큰 폭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동원F&B는 작년 양반김과 김부각을 중동으로 수출할 파트너사를 확정했고, 현재 물량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독일에서 열린 국제 식품 박람회 ‘아누가 2025’의 동원F&B 부스. /동원F&B 제공

동남아 등에서의 성공 경험으로 북미 시장 진출을 꾀하기도 한다. 롯데GRS의 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 롯데리아는 작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1호점을 열었다. 베트남 등 아시아를 제외한 첫 해외 매장이다. 중국·베트남·러시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해 온 오리온도 최근 유럽과 미국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작년엔 프랑스에서 대형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꼬북칩 등 과자 판매를 시작했다.

영국 런던의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에 신라면 광고가 송출되고 있다. /농심 제공

◇현지 생산 확대

제품을 현지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며 물류 효율도 높인다. 롯데웰푸드는 작년 7월 인도 하리아나 공장에서 빼빼로 생산을 시작했다. 빼빼로의 첫 해외 생산이다. 고온 다습한 현지 기후를 감안해 쉽게 녹지 않는 초콜릿을 자체 개발했다. hy는 작년 로스팅 후 10일 이내 추출한 신선한 커피 원액을 사용한 고급 커피 제품 ‘하이브루’를 수출 전용 제품으로 리뉴얼했다. 아메리카노 중심이었던 국내용 제품과 달리 수출 전용 제품은 달달한 맛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카푸치노와 티라미수 라떼를 먼저 선보였다.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을 넘어 K뷰티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미국 공략 속도를 높인다. LG생활건강의 두피 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는 지난 28일부터 북미 최대 뷰티 유통 채널 세포라의 온라인몰에 입점했고, 8월부터는 미국 400여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를 시작한다. 사업 초기부터 미국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입점하며 사업을 확장한 에이피알(APR)은 작년 미국 매출 비율이 37%로, 국내(20%)보다 많았다. 에이피알은 이달 인도 최대 뷰티 플랫폼 나이카와 파트너십을 맺고 인구 15억명의 인도 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