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오징어의 70%를 잡는 중국이 자국 어선들에 대해 7월부터 석 달간 남미 앞바다에서 오징어잡이를 중단시켰다. 중국이 공해(公海)에서 자국 어선의 어업 활동을 규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오징어 자원을 보호하고 ‘해양운명공동체’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어선들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오징어 자원이 급감하고 생태계 파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자 마지못해 내놓은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울릉도 인근 해역에서 포착된 중국 오징어잡이 어선들.

중국 농업농촌부는 지난 6월 2일 ‘공해 오징어 자원 보존과 원양어업 지속 가능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남미 서쪽 태평양 갈라파고스 인근 해역과 남미 동쪽 아르헨티나 앞 대서양 해역 등 2곳에 대해 각각 석 달씩 중국 어선의 오징어잡이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금어 기간은 아르헨티나 앞바다는 7~9월, 갈라파고스 인근 해역은 9~11월이다. 중국 농업농촌부는 지난 7월 1일 중국 매체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기후 변화 등 여러 이유로 최근 동남 태평양과 서남 대서양 등 공해 어장에서 오징어 자원의 동요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조사를 거쳐 오징어 주요 산란장인 이 지역들에 대해 휴어를 실시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연해 국가, 국제기구와 협력해 공해 어족 자원 보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농업농촌부는 ‘다른 지역으로 금어지역을 확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동태평양 공해 등 다른 주요 오징어 어장을 모니터링해 휴어 시기와 구역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600여척의 오징어잡이 배를 보유하고 전 세계 오징어의 70%를 잡고 있다. 중국 원양 어선들이 잡는 어종 가운데 어획량이 가장 많은 것도 오징어다. 하지만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식 조업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에콰도르 정부는 중국 어선 수 백척이 에콰도르 주변 해상에 몰려들자 해상권 방어에 나서겠다고 중국 당국에 경고했다. 아르헨티나 해안경비대는 2016년 나포한 중국 어선을 바다에 침몰시키기도 했다.

중국 농업농촌부가 7월 1일부터 석달간 남미 일부 해역에서 중국 어선의 오징어잡이를 금지한다는 공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각) 성명에서 갈라파고스섬 인근에서 중국의 무분별한 어로행위가 인근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고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불법적이고, 미신고·미규제 상태로 이뤄지는 어로 행위가 환경의 질 저하를 가져오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법의 지배를 지키고 베이징에 생태·환경 관리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식 오징어잡이는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불법 어로 활동을 추적 감시하는 미국 비영리 단체인 ‘해양무법자 프로젝트(The Outlaw Ocean Project)’에 따르면 중국 어선들이 북한 앞바다에서 오징어잡이에 나서면서 대형 중국 어선에 밀린 북한 소형 목선들이 먼바다로 조업에서 나섰다가 좌초·표류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해안으로 떠밀려와 발견되는 ‘북한 유령선’은 지난해에만 150여척, 최근 5년간 500척이 넘는다고 한다. 북한 해역에서 외국 어선이 고기를 잡는 것은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이다.

이 단체는 중국이 ‘함대 수준의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와 북한과 울릉도 인근에서 오징어잡이에 나서면서, 한국의 경우 오징어가 2003년 대비 63% 감소했다고 전했다. 오징어 자원 감소는 기후변화의 영향도 있지만 중국 일부 어선들이 선박의 위치를 외부로 알려주는 장치까지 끄고 저인망을 이용해 오징어를 잡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