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공급 대책’이 발표되고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서울시·과천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부터 반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거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정책을 사전 협의도 없이 강행했다는 것이다. “정치 논리에 맞춰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수립하다 보니 기본적인 절차마저 생략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발표된 ‘8·4 공급대책’의 핵심은 재건축이다. 서울 도심 내 건축 규제를 완화해 고밀(高密)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통해 5년간 5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최대 250%로 묶인 용적률(토지 면적 대비 건물 각층 면적 총합 비율)을 500%까지 늘리고, 35층 이하로 묶여 있던 층수 규제도 50층까지 완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대책 발표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번 대책 수립에 정부와 함께 참여한 서울시가 정면 반발하고 나섰다. ‘50층-500%’와 정부가 밝힌 ‘공공이 참여하는 재건축’에 반대한다고 한 것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는 압구정·여의도 등지의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할 것을 주장했다”며 “공공기관이 참여해 주도적으로 가는 구조는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정부 대책을 정면 비판했다.
공공 재건축에 한해 50층까지 층수 규제를 완화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주택만 짓는 경우 여전히 35층까지만 지을 수 있다”고 했다. 재건축의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의 반대는 사실상 사업 불가를 뜻한다. 서울 강남·목동 등지 주요 재건축 조합들도 대부분 공공 재건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상암동은 이미 임대 비율이 47%에 이른다. 여기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나”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이런 방식은 안 된다”고 항의했다. 그가 언급한 임대주택 사업지는 서부면허시험장이다. 정부는 이 부지에 3500가구의 주택을 짓는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개발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도심 공공택지에는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소형 공공임대주택을 주로 짓는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개발 계획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지역구 의원이 배제된 것이다.
김종천 과천시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과천청사 개발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과천청사 일대를 개발해 4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김 시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번 공급 대책에서 과천시는 철저히 배제됐다”며 “언제까지 과천 시민들이 강남 집값 잡기의 희생양이 돼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대책 발표 전날 오후 지역구 의원을 통해 관련 내용을 전달받고 부랴부랴 정부와 국회를 찾아갔지만 제대로 의견을 낼 기회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김 시장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이처럼 여권(與圈)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충분히 의견을 수렴했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부터 3주 내외의 짧은 기간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3개 지자체, 국방부·외교부·조달청 등 유관 부처 등과 10여 차례 공식·비공식 조율 회의를 거쳤다”고 했다.
지자체와 정치권의 반발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과천시와는 논의를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해당 부지는 시유지가 아니라 국유지”라고 말했다. 해당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할 권한은 지자체가 아닌 정부에 있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