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국회 청문회에서 북한과의 이면 합의와 학력 위조 논란 등이 제기된 박지원 국정원장을 임명했다. 박 원장은 29일부터 국정원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래통합당은 "박 후보자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준비 때 북한과 30억달러 '이면 합의서'를 체결한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문 대통령은 진위를 확인할 때까지 임명을 유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 소집해 박 원장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통과시켰다. 문 대통령은 이로부터 3시간여 만에 임명안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에도 야당이 지난 24일 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임명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국회에서 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한 장관급 23명까지 합치면 야당 반대에도 총 25명째 임명한 것이다. 통합당은 "여당이 176석을 가진 21대 국회부터는 아예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정보위원들은 "문 대통령이 25억달러 이면 합의가 담긴 '남북경협 합의서'의 진위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며 "확인도 하지 않고 임명할 경우 국가 안보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했다. 하태경 정보위 간사는 "문 대통령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합의서'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국정원장을 임명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합의서가) 사실이라면 국정원에 원본이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꺼내 보면 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김병기 간사는 "문서의 진위 여부가 관건인데 야당도 별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송갑석 대변인은 "위조 의혹이 제기된 서류를 근거로 한 무분별한 흠집 내기"라고 했다. 이날 유은혜 부총리는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박 후보자의 대학 불법 편입 의혹과 관련, "55년 전 일"이라며 조사 거부 입장을 밝혔다. 앞서 통합당은 "교육부가 박 후보자 대학 편입 의혹을 조사하면 청문 보고서 채택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통합당은 문서 진위와 관련, "'경협 합의서'의 형식이 기존에 일반 공개된 정상회담 합의서와 똑같고 박 후보자 서명도 유사하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제가 그 서류를 어디에서 위조해서 만들어서 제출했겠느냐"며 "믿을 수밖에 없는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이 그것을 저희들 사무실에 갖고 왔다"고 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고 "합의서는 허위·날조된 것으로 주 원내대표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사본을 제보했다는 전직 고위 공무원의 실명을 밝히라"고 했다. 그는 "(합의서는) 이미 대북특사단에 문의한 바 '전혀 기억에 없고 사실이 아니다'라는 확인을 받았다"며 "주 원내대표의 주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0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성사시킨 대북특사단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것은 가짜 문서"라며 "내용을 보면 북한 쪽 용어를 쓰고 있다. '달러'라고 해야 하는데 '딸라'라고 돼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이 문서가 있었다면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 때 이미 공개했을 것"이라며 "지금 공개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한편 정보위 소속 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 "(국정원장은) 결국 지금 미국에 의심을 사지 않고 미국을 설득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