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토드 메이 지음|이종인 옮김|김영사|300쪽|1만5800원

이런 사람 꼭 있다. 건물에 들어가려고 유리문을 열었는데 안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게 보인다. 문고리를 잡고 기다려 준다. 그런데 그 사람은 고맙다고 하기는커녕 당신을 투명인간처럼 여기고 쓱 빠져나간다. 이런 무례한 일을 당하면 화를 내야 하나? 미국 클렘슨대 철학과 교수로 넷플릭스 드라마 ‘굿 플레이스’의 철학 조언을 해준 저자는 타인과 만날 때 ‘상식적 품위(common decency)’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노인이 길을 건너가는 걸 도와주기, 주차 공간을 찾는 사람에게 ‘제가 곧 차를 뺀다’고 말해주기, 회의 도중 어떤 사람이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그가 마시던 커피 컵에 냅킨을 올려놓아 주기…. 이런 것들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것을 전제로 하며, 수혜자뿐 아니라 제3자에게도 전파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퉁명스러운 무례함으로 돌아온다면, 이제 상당한 수준의 자기 수용(self-acceptance)이 필요하다. “저 사람도 살아가야 할 삶이 있겠지!” 그러면 훨씬 더 안정적인 균형감을 얻고 성숙해진다는 설명이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나, 인종차별이나 여성 혐오 같은 상황을 목격했을 때도 역시 ‘품위’가 상황을 풀어내는 기준이 된다. 보통 시민들이 타인의 존엄을 지키는 데서 도덕적 삶의 첫발을 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조언을 충실히 따를 경우 매일 속 터지는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렵겠지만, 정말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성인군자가 될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