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시민분향소에는 장맛비에도 밤늦게까지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영정 앞에 국화를 놓고 거수경례를 하는 어르신부터 엄마와 함께 온 초등학생도 있었다. 이 시민분향소는 정부나 군(軍)이 관여하거나 존재를 알린 적이 없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 전대협) 등 일부 단체가 분향소를 차리자, 시민들이 인터넷 등을 보고 자발적으로 찾아온 것이다.

밤늦게까지 추모 행렬 - 12일 밤 10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고(故) 백선엽 장군 시민분향소에 시민들이 조문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육군장(葬)으로 치러지는 백 장군 공식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졌다. 그러나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도 시민분향소가 마련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밤늦게 귀가하다 분향소를 발견하고 헌화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대학생 최지호(20)씨는 "교보문고에 들렀다 줄을 선 사람들을 보고 방문했다"며 "6·25 참전 할아버지께 백 장군님의 활약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 초등학생 자녀 2명과 함께 온 박은영(44)씨는 "6·25 전쟁 때 나라를 지킨 분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왔다"며 "나라의 영웅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분향소는 지난 10일 향년 100세를 일기로 별세한 백 장군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신 전대협'이 전날 밤 8시쯤 천막 6동(棟) 규모로 설치했고, 나라지킴이고교연합,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 등이 시민장례위를 함께 구성했다. 1980년대 전대협을 풍자해 이름을 지은 신 전대협은 그간 대학가에 대자보를 띄우는 등 현 정부 비판 활동을 해온 보수 청년단체다.

주최 측은 "하루 만에 5000명이 방명록에 서명하고 1만2000명이 헌화했다"고 말했다. 오후 한때 200m 넘는 줄을 서기도 했다. 송재욱(49)씨는 "나라를 구한 영웅인 백 장군이 푸대접을 받는다는 소식에 죄송한 마음이 들어 이곳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시민분향소는 14일 밤 9시까지 운영한다.

정부는 이날 백선엽 장군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백 장군 유족이 대전현충원 안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래통합당과 재향군인회, 육군협회,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등은 서울 국립서울현충원 안장을 요구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백 장군은 대한민국 발전과 현재의 막강한 군을 건설할 수 있도록 초석을 놓은 영웅"이라고 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백 장군은 진심으로 그리워질 영웅이자 국가의 보물"이라며 "한·미 동맹을 만드는 데 공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