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전혀 다른 얘기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명이던 박 시장은 지난 8일 전직 비서가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그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와 관련,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당에도) 정보가 없다"면서도 "보도되고 있진 않지만 (피해자 주장과) 전혀 다른 얘기도 있다. 양쪽 끝 스펙트럼을 모두 듣고 있다"고 했다. 허 대변인은 박 시장 빈소에서 나타난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격한 반응과 관련해서도 "굉장히 침통하고 (감정이) 격하신 것 같다. 심리적으로 충격이 큰 것 같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는 10일 서울대병원 박 시장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한 기자가 '고인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는데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 것을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또 그 기자를 노려보며 "최소한도로 가릴 게 있고…"라고 하다가 "××자식 같으니라고"라고 했다. 박원순 시장 유족 대리인 측은 입장문을 통해 "고인에 대해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거나 근거 없는 내용을 유포하는 일을 삼가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여권 인사들도 "박 시장이 자신에게 엄격했다" "맑은 분이었다"고 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뵀고 맑은 분이시기 때문에 세상을 하직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페이스북에서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나를 부끄럽게 한다. (박 시장의) 치열함과 자신에 대한 가혹한 태도가 나를 부끄럽게 한다"며 "삶을 포기할 정도로 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그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후배들에게는 늘 든든한 언덕이 되어주셨던 분"이라며 "어디에 계시든 항상 새로운 길을 가셨던 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야권 관계자는 "박 시장 비서 출신이 박 시장 사망 직전 '장기간 성폭력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정황과는 전혀 상반되는 얘기"라며 "박 시장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 여권이 '뒤집기'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가해자를 미화하는 과정에서 '성폭력 은폐'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우려된다"고 했다.

10일 밤 서울시청 앞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분향소가 마련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