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북한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6시간 50분이 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메시지를 올렸다. 그런데 폭파 이후 첫 트위터 메시지에서 사무소 폭파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미 국내 소매 판매 이야기만 했다.

남북연락사무소는 4·27 판문점선언(2018년)의 상징물이다. 그래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기는커녕 테이블을 아예 부숴버리는 듯한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유감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40분(한국 시각) 올린 트위터 메시지에서 "와우! 5월 소매 판매가 17.7% 오르며 월 상승폭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면서 "예상보다 훨씬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식 시장과 일자리에 아주 중요한 날 같다"고 했다. 그외 다른 말은 없었다.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경제 활동이 반짝 호전된 지표가 나오자 반색하는데 바빴던 것이다.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이 이 트위터를 올리기 전 사무소 폭파 소식을 보고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매일 오전 백악관 참모진으로부터 주요 상황보고를 받는 점을 고려할 때 이날도 6시간 50분 전 개성 공단에서 발생한 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 연락사무소 파괴는 문재인 정부 3년의 대북 정책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데탕트(détente) 외교에 대한 도발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이번 사건을 공론화하지 않으며 쉬쉬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는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중단을 자신의 대표적 치적으로 내세운다. 그런만큼 치적을 빛바래게 하는 사안은 최대한 부각시키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2년 전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가지며 '데탕트(détente) 시대'를 열었다. 핵·미사일 실험으로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감을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정원에서 함께 산책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 등은 이날 폭파 2시간여만인 오후 5시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북 매체들은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죗값을 깨깨(남김없이) 받아내야 한다는 격노한 민심에 부응해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해버린 데 이어 우리측 해당 부문은 개성공업 지구에 있던 북남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파괴시키는 조치를 실행했다”고 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담화에서 이번 사무소에 대해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폭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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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은 이번 폭파에 이어 금강산 시설 등 다른 남북 경협 시설을 차례로 폭파하거나 서해 평화 수역 일대의 해안포를 다시 여는 방법 등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