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서 독립해 중앙행정기관인 '질병관리청(廳)'으로 승격되는 질병관리본부가 현행대로 국립보건연구원을 산하에 두게 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15일 민주당이 밝혔다.

◇복지부, 질병관리청장 위에 2차관 신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할 경우 보건연구원은 복지부로 이관하는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의료계 등에서 "160명이 넘게 인원이 줄고 1500억원 가까이 예산이 줄어들게 되는 '무늬만 승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복지부에 2차관을 신설해 질병관리청 등 보건 의료를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은 기존대로 추진키로 했다. 일부에서는 "복지부가 질병관리청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차관급인 질병관리청장 위에 2차관을 신설하는 것이라 복지부의 '입김'이 여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복지부가 질병관리청 승격에는 동의했지만 감염병 대응 권한을 둘러싸고 질병관리청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복지부는 청을 포함하는 상위 부서이며, 질병관리청에서 이뤄지는 감염병 관리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는 복지부가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복지부와 보건부로 분리하자"

야당은 "질병관리청 독립에는 찬성한다"면서도 "보건 업무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다 확실하게 보장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일종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보건복지부를 의약 및 방역, 건강정책 등 업무를 담당하는 '국민보건부'와 복지 업무를 전담하는 '복지부'로 분리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지난 10일 발의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우리 안(案)을 강하게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 일부에서는 효과적인 코로나 대응을 위해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일선 보건소에 대한 인사권 등을 질병관리청이 관할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의료계,"승격보다 역할 재정립이 중요"

전문가들은 "청으로 승격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질병관리청에 남는 것은 다행이지만, 원래 있던 기관을 지킨 것에 불과하다"며 "청이 되더라도 직급은 '차관급'으로 현재와 동일하기 때문에 신설되는 2차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기관 운영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