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94세 생일 행사〈사진〉가 13일(현지 시각) 런던 서쪽 외곽의 윈저성에서 열렸다. 여왕은 성 안뜰에서 조촐하게 잔치를 끝냈다.

영국 국왕의 생일 행사는 '트루핑 더 컬러(Trooping the Colour)'라고 한다. 여러 색깔의 군대 깃발을 모은 행사라는 뜻에서 나온 이름이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복장을 입은 수백 명의 왕실 근위대와 기마부대가 총출동해 런던 시내에서 대규모 퍼레이드를 벌인다. 여왕은 마차를 타고 등장하고 길가에는 대형 유니언잭(영국 국기)이 수없이 휘날린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를 고려해 '트루핑 더 컬러' 없이 조용히 치르고 넘어갔다. 이날은 여왕이 실제 태어난 날인 4월 21일보다 두 달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왜 여왕은 실제 생일 대신 6월에 생일 축하 행사를 열고 있을까.

여왕이 '실제 생일'과 행사용 '공식 생일'로 두 가지 생일을 갖고 있는 이유는 영국의 우중충한 날씨와 관련이 깊다. 17세기에 태어난 국왕 조지2세(1683~1760)의 생일은 11월 10일이었다. 영국에서 11월은 낮의 길이도 짧고 기온이 낮아 야외에서 대규모 생일 행사를 치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시기다. 이 때문에 왕위에 오른 조지2세는 날씨가 좋은 여름에 군대 열병식을 곁들여 공식 생일 축하 파티를 열었다. 이 시기부터 영국 국왕은 실제 생일과 공식 생일을 따로 두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실제 생일인 4월 21일은 가족들과 함께 간소하게 치르고, 6월 둘째 주 토요일을 공식 생일로 지정해 '트루핑 더 컬러'로 치러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공식 생일 행사를 대폭 축소했다. 여왕이 1952년 왕위에 오른 이후 '트루핑 더 컬러'가 취소된 것은 철도 파업이 벌어진 1955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