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민주당 당선자의 기자회견으로 의혹이 가라앉을까 아니면 더욱 증폭될까. 최근 있었던 대법원 판결을 보면 집권 세력의 비호를 받는 인물들이 보이는 유사점을 확인할 수 있다.
어제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 판결 하나가 있었다. 별로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최근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는 '윤미향 사건'과 관련해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28일 대법원은 고 장자연 씨를 추행한 의혹을 둘러싸고 재판에 넘겨진 전직 언론인 출신 조 모씨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장자연 사건’이란 2009년3월 장자연 씨가 기업인과 언론사 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이른바 ‘성 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10년이 지난 작년 봄 갑자기 ‘윤지오 사건’이 됐다. 작년 서른두 살이었던 윤지오란 여성은 캐나다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그곳에 살다가 한국에서 방송과 연극계를 통해 얼굴을 알렸는데, 작년에 갑자기 자신이 "장자연과 절친한 사이였다"고 주장하고, 성추행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임을 자처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런데 어제 대법원이 성추행 관련자에 대해 무죄를 확정하면서 윤지오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본 것이다. 1심과 2심의 판결 요지는 이렇다. "윤지오씨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만큼 증명되지 않았다." 이것을 우리가 보통 쓰는 말로 바꾸면 "윤지오의 진술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것이고, 이것을 대법원이 확정한 것이다.

윤지오씨는 이번에 무죄가 확정된 조모씨에 대해 ‘12년 전 무슨 생일 축하 자리에서 조씨가 장자연씨의 손목을 잡아당겨 자신의 무릎에 앉힌 뒤 강제로 추행을 했다’는 식으로 진술했었다. 그런데 윤지오씨는 1차 조사에서는 강제추행자로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50대 초반 남성이자 언론사 사장"이라고 했다가, 2차 조사에서는 "40대 중반으로 키 168cm 정도"라고 했다가, 다시 4차 조사에서는 "30대인 조씨가 추행범"이라고 오락가락한 것이다.

자, 그렇다면 오늘 ‘김광일의입’ 제목에서 밝힌 것처럼 ‘윤지오 사건’과 ‘윤미향 사건’은 무엇이 깜짝 판박이로 닮았다는 것인가. 첫째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는 점이다. 여기서 사진을 몇 장 보여드린다. ‘윤미향 사건’의 핵심 증인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인데, 이용수 할머니와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한 사진이다. 첫 사진은 2017년5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이용수 할머니와 포옹하고 있는 장면이다. 두 번째 사진은 2017년1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환영만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 대통령이 이용수 할머니와 악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셋째 사진은 2018년8월 충남 천안 망향의 동산에서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이 열렸을 때 문 대통령이 휠체어에 앉은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장미 묘역으로 이동하는 장면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이토록 적극적이었던 문 대통령과 청와대였는데, 나라를 들끓게 한 ‘윤미향 사건’에는 일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렇다면 ‘윤지오 사건’에서는 왜 문재인 대통령이 떠오르는가. 작년 2019년3월18일 문 대통령은 이미 10년이 지나 공소시효까지 끝난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성접대 논란, 버닝썬 사건 등을 법무부 장관에게서 보고 받았고, 그 자리에서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규명하라"고 지시했는데, 이때부터 윤지오씨는 활개를 치듯 jtbc를 비롯한 여러 방송의 집중 조명을 받았으며, 나중에 거짓으로 드러난 여러 주장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의 적극 수사 지시가 있은 뒤부터 윤지오씨가 크게 부상했다는 점이다.

윤지오과 윤미향이 깜짝 판박이로 닮았다는 두 번째 요점은 무엇일까. 바로 이들에게 방패막이를 하면서 밀어주는 민주당 의원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윤지오씨에게는 작년 4월 촬영된 사진에서 보듯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적극 나섰다. 다른 사진을 하나 더 보여드리면 이 사진은 작년4월8일 찍은 것으로 민주당 권미혁·남인순·이종걸·이학영·정춘숙 의원과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 등 9명이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 모임’을 결성했던 모습이다. 그런데 윤지오와 함께 한다던 의원들 중에 나중에 국민들에게 사과한 의원은 없었다.

윤미향 씨 뒤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있다.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우상호 전 원내대표, 그리고 송영길 의원 등 당 지도부와 중진은 말할 것도 없고, 김상희 홍익표 남인순 등 민주당 의원 16명은 성명을 통해 "윤미향 논란은 친일(親日)·반(反)평화 세력의 부당한 공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윤지오 사건과 윤미향 사건의 두 번째 공통점은 민주당 의원들이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윤지오 사건과 윤미향 사건에 민주당 의원들이 왜 나섰을까. 그것은 그들이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심기를 살폈기 때문일 것이다.

윤지오와 윤미향의 세 번째 ‘깜짝 판박이’는 무엇일까. 둘 다 돈을 끌어 모으는 모금 행위에 귀재들이란 점이다. 윤미향 씨는 정의연 법인 명의는 말할 것도 없고, 개인계좌 4개를 열어 모두 11차례나 모금을 했을 정도로 모금의 귀재라는 게 널리 알려져 있다. 윤지오씨는 자신이 신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후원금 1억4000만원을 모금했다. 이 모금은 현재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돈을 냈던 439명이 후원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에 있다.

윤지오 사건과 윤미향 사건에서 네 번째 ‘깜놀 판박이’는 상대편에게 덮어씌우는데 거리낌이 없다는 점이다. 윤지오씨가 책을 낼 때 도움을 주었던 작가 김수민씨는 윤지오씨의 주장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윤지오씨는 되레 "김 작가가 소설을 쓴다"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며 덮어씌웠다. 김 작가는 명예훼손 혐의로 윤지오씨를 고소했다. 다들 잘 아시는 것처럼 윤미향씨를 편드는 세력들도 상대편을 "친일 세력" "반(反)평화 세력"으로 덮어씌우고 있다.

윤지오, 윤미향 두 사람은 집권 세력의 비호(庇護) 속에 우리 사회의 전면에 화려하게 부상할 기회를 노렸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잠수타기의 선수들이다. 윤미향씨는 정식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직전까지 열흘 넘게 잠수를 탄 셈이고, 윤지오씨는 경찰이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해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렸는데도 현재 캐나다에서 꼼짝 않고 숨어 있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