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홍콩 몽콕에서 경찰이 반중 시위에 참여한 시민을 체포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중국으로부터 외교 채널을 통해 '홍콩 안전수호와 관련된 입법(홍콩 보안법)'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설명을 들었지만,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 전달이나 문제 제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미국 등 자유민주주의 진영은 홍콩 보안법을 "반인권적 통제 수단"으로 규탄하는데, 걸핏하면 '촛불 혁명'을 강조하는 한국 정부는 '침묵'을 택한 것이다. 외교가에선 "문재인 정부가 홍콩 보안법 추진에 사실상 눈을 감았다"는 말이 나온다.

주한(駐韓) 중국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지난 22일 홍콩 보안법 입법 내용을 한국 외교부와 공유했다"며 "홍콩 보안법의 필요성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앞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지난 24일 중국 관영 CCTV 인터뷰에서 "중·한은 우호적인 이웃 국가로서 핵심 문제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 왔다. 홍콩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한국 측의 이해와 지지를 얻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입장을 충분히 공유받았지만 지지 여부를 밝히진 않았다"고 했다.

통상 외교부는 주요 국제 현안과 관련, '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히지만 '홍콩 보안법'에 대해선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26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홍콩은 우리와 밀접한 인적·경제적 교류 관계를 가진 곳"이라고 밝힌 게 전부다. 정부가 미·중 갈등이 첨예한 화웨이 보이콧 문제, '반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동참 문제와 마찬가지로 홍콩 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도 모호한 태도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홍콩 보안법 문제는 인권 및 민주주의 가치와 직결된 것으로 화웨이 등 경제적 유·불리가 걸린 문제와는 정부의 대응이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EPN 등은 경제적 논리를 들어 미·중 갈등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을 취할 여지가 있지만, 홍콩 보안법에 침묵·동조할 경우 국가 핵심 가치인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민주 진영은 한국에 공개적으로 지지 요청도 하는 상황이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대해 분명한 지지 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전인 2016년 12월 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