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2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작됐다. 21일 정치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개막했고, 22일에는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열린다.

최근 미·중 갈등이 1979년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이번 양회를 통해 국방 예산을 대폭 증액하거나 첨단 기술 투자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21일 평론에서 "이번 양회의 사명은 평범하지 않다"고 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중국이 어떤 대외 정책을 펴고, 국제 관계를 처리할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 양회는 매년 3월 열리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한 차례 연기됐다.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오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양회 개최를 통해 공산당의 코로나 방역 성과를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정협 개막식에서는 참석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희생자들에 대해 1분간 애도 묵념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0일 익명의 군 인사를 인용해 중국 군부가 전인대를 앞두고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최대 9%까지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전인대에서 확정된 2019년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군사평론가 송종핑은 SCMP에 "베이징은 미국 등의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느끼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군도 현대화와 전투태세 대비를 명목으로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대표 통신기업 화웨이에 대해 미국이 반도체 공급 제한까지 꺼내들면서 이에 대응한 산업·과학기술 분야 대응책도 논의될 전망이다. 궈웨이민 정협 대변인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올 양회의 핵심 주제로 "중국 신기술 발전을 위한 방안"을 꼽았다. 이번 양회에서는 중국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하는 14차 5개년 계획의 기본 방향이 제시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 시각) 중국이 2025년까지 첨단 산업에 1조4000억달러(약 1720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이 '중국 제조 2025' 같은 공세적 산업발전 계획을 다시 언급할지 관심이다.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는 반도체 등에서 부품 국산화율을 높여 2025년까지 중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이 "스파이를 동원한 범죄"라며 장비 수출 금지로 대응하고 중국 내에서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오며 2019년 양회 때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양회에서는 이 외에도 ▲코로나 방역 ▲취업난 해결 ▲2020년 샤오캉 사회(의식주 걱정 없이 풍족한 사회) 달성 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중국 관영 매체들은 보도했다. 22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 총리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중국은 지난해에는 6~6.5% 성장이라는 목표를 제시해 달성(6.1%)했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중국 경제가 1분기 -6.8% 성장을 기록하는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중국 내 코로나는 다소 진정됐지만 중국 지도부를 비롯해 5000명 이상이 모이면서 올해는 취재나 참관이 제한됐다. 기자들은 기자실에서 화상으로 대표단과 인터뷰하고, '부장 통로' 등 전인대 회의장은 취재할 수 없다. 부장(장관) 통로는 각 부장이 전인대 참석을 위해 이동하는 통로로 통상 기자들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질문했다. 전인대 개막을 참관하려는 외교관들도 중국 정부 방침에 따라 하루 전날인 21일 국빈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 집결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