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여당 '앙마르슈'가 의원들의 탈당으로 의회 과반 지위를 잃으면서 마크롱이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마크롱은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앙마르슈 소속 하원 의원 일곱 명은 탈당과 동시에 일부 야권 의원을 규합해 '생태·민주주의·연대(EDS)'라는 17석짜리 정당을 창당했다. 이에 따라 앙마르슈는 전체 577석 중 과반인 289석을 지키지 못하고 288석으로 줄어들었다. EDS에는 마크롱의 과학기술보좌관이었던 천재 수학자 세드리크 빌라니도 참가했다. EDS로 빠져나간 의원들은 좌파 성향이다. 이들은 앙마르슈를 창당한 마크롱이 점점 우(右)편향으로 가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했다.

그동안 마크롱이 노동 개혁, 연금 개혁을 밀고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하원 과반수를 차지하는 앙마르슈에서 나왔다. 반대파들을 힘으로 누르고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왔다. 하지만 마크롱에게 불만을 품고 탈당하는 의원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2017년 총선 직후 314석으로 출발한 앙마르슈는 3년간 26석을 잃었다. 앙마르슈를 뛰쳐나간 의원들은 마크롱이 소통이 부족하고 독선적이라고 지적해왔다.

코로나 사태도 마크롱에게 악재다. 4월까지는 마크롱을 중심으로 방역을 위해 프랑스인들이 결집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9일까지 사망자가 2만8022명에 달할 정도로 인명 피해가 크고, 봉쇄령이 8주나 이어지면서 마크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마크롱의 지지율도 최근 하락해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보다도 낮아졌다. 여론조사 기관 이폽(Ifop)에 따르면, 마크롱 지지율은 5월 초 40%로, 46%였던 4월 초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필리프 총리 지지율은 36%(3월)→43%(4월)→46%(5월)로 상승세다. 대통령과 총리의 지지율 역전 현상을 프랑스 주요 언론들은 집중 보도하며 향후 대선 주자로서 필리프의 경쟁력을 조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