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8~19일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연례 세계보건총회(WHA) 회의장 안팎에서 코로나 책임론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WHO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자고 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HO는 중국의 꼭두각시"라며 "30일 안에 개선되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끊고 탈퇴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WHO와 중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번 WHO 총회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프랑스 등 각국 지도자가 화상 연설을 했지만 트럼프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WHO에 대해 "좋게 말해 중국 중심적이고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했다. 또 "미국은 (WHO에) 1년에 4억5000만달러(약 5570억원)를 주는데 중국은 3800만달러(약 465억원)를 낸다"고 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전 세계를 아주 아주 심하게 해쳤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에는 트위터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4장짜리 서한도 공개했다. 그는 서한에서 WHO가 코로나 조기 경보에 실패했고, 중국으로부터 독립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30일 이내에 실질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영구 중단하고, WHO 가입도 재고할 것"이라고 했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WHA 화상 연설에서 중국을 겨냥해 "코로나 발병을 숨기려는 명백한 시도에서 최소한 한 회원국이 투명성 의무를 저버렸고, 이것이 전 세계에 엄청난 희생을 가져왔다"고 했다. 하지만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상 연설에서 "중국은 시종일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책임지는 태도로 즉시 WHO와 관련 국가에 전염병 상황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도 일제히 중국을 비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8일 성명을 통해 "WHO는 대만이 세계보건총회에 참가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지만 중국의 압력 아래 대만을 초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은 대만이 이번 총회에 옵서버(의결권 없는 참여국) 자격으로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중국은 반대했다. NSC도 대변인 성명으로 코로나 피해국에 20억달러(약 2조4500억원)를 원조하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계획에 대해 "중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국가들의 주의를 분산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미국이 자신의 방역 실패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고 있다"고 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의 WHO·중국에 대한 비판을 "명명백백한 국제 건달 행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