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9일 발표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실태' 감사 결과는 지난달 20일 "성역 없는 감사를 하라"는 최재형〈사진〉 감사원장의 발언 이후 나온 첫 주요 감사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에서 여권 주요 인사인 김현미 장관의 국토교통부를 원칙대로 조사·심의하고 '주의 요구' 처분을 내린 데도 최 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감사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를 맡은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에서 내놓은 것이다. 최 원장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감사가 두 차례 연기되고 총선 직전엔 감사위원회 회의에서 '보류' 결정이 나자 이준재 당시 공공기관 국장을 교체했다. 그 자리에 '강골 감사관'으로 알려진 유병호 심의실장을 앉혔다. 일각에선 최 원장이 사실상 문책성 인사를 검토했지만, 문재인 정부 초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건의로 인사 수위를 바꿨다는 말도 나왔다. 유 국장이 온 뒤 발표된 첫 감사에서 '주의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향후 월성 원전 감사에서도 이번처럼 강도 높은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0일부터 '원전 감사'를 맡은 유 국장은 감사원 간부들 사이에서 삼국지의 '장비'로 비유되기도 한다. 일을 맡으면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업무 스타일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해 지방행정감사1국장 재직 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감사를 담당한 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주의 처분을 해 주목을 받았다.

원전 감사를 유 국장에게 맡긴 것도 제대로 감사하라는 최 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 원장은 지난달 20일 유 국장 인사를 내는 날 회의를 주재하며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馴致·길들이기)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며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