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부 장관

정부가 그동안 표준 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면서 용도지역 등 가격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누락해왔던 것으로 19일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일부 지자체는 공시가 신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무원의 실수나 일회성 부정행위가 아닌 오랜 기간 운영돼온 부동산 공시가 산정 제도상 허점이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결과를 근거로 종합부동산세 부과처분 취소청구 등 각종 소송이 줄 이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감사는 작년 2월 시민단체 공익감사 청구 등을 계기로 착수됐다. 감사원은 작년 11월부터 12월초까지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운용실태’ 감사를 실시해 이번 결과를 내놓았다. 다만 감사 인력과 기간의 한계가 있어 표준·개별 대량 산정방식으로 공시가 결정하는 토지와 단독주택 공시가 문제만 감사하고 전수조사 방식으로 가격 산정하는 공동주택(아파트 등)은 감사 범위에서 제외됐다.

서울 용산구 단독주택촌 전경.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토부는 표준 부동산 가격을 산정하면서 중요 요소인 ‘용도 지역’을 반영하지 않고 행정 구역 등만 고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물의 용도·규모·건폐율·용적률이 제한되는 용도 지역은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인데 이를 빼놓았다는 것이다.

공시지가 산정을 위한 표본인 ‘표준 부동산’의 개수와 분포도 불합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매년 1월 1일에 전국 토지 중 50만 필지, 단독주택 22만호를 표준지와 표준주택으로 선정해 공시가격을 산정해왔다. 하지만 감사원의 용역을 수행한 한국감정원과 국토연구원은 적정 표본지는 지금보다 20% 이상인 60만~64만 필지라고 했다.

또 지자체는 도로와의 접근도 등 토지나 주택의 특성을 조사한 결과를 관련 부서 간 공유하고 대조·일치시켜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절차상 문제로 인해 같은 부동산을 놓고도 가격 책정이 엇갈리는 결과가 발생했다. 토지와 주택가격을 합한 금액보다 토지 단일 가격이 더 높게 나오는 황당한 ‘역전 현상’도 벌어졌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 결과 전국 주택의 5.9%(22만8475호)에서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지자체 3곳은 토지 분할·합병 등 변경 사항을 토지대장에 반영하지 않아 총 610필지가 개별공시지가 산정대상인데도 미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표준부동산 분야 1건, 개별부동산 분야 4건 등 제도 및 운영에 개선이 필요한 총 5건의 위법과 부당사항이 확인됐다”면서 “국토부 장관에게 이와 관련해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