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왔다. 선거의 뒤끝, 그 후유증에 대해 말하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음모’의 진실을 밝혀내고, 또 낙심한 유권자에게 위로를 건네고, 이런 일련의 사후 마무리를 하기도 전에 ‘대공황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겪고 있다"고 했던 말들은 앞으로 닥칠 ‘대공황 쓰나미’에 비하면 농담 수준이 될지도 모른다.

우선 완성차 부문 4월 전망치를 보겠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가 어제 내놓은 전망이다. 우리나라 다섯 완성차 업체인 현대,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쌍용 등, 이 다섯 곳의 4월 수출 물량은 작년 4월과 비교했을 때 무려 43%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가 -39.1%, 기아차가 -48.7%, 한국GM이 -31.2%, 르노삼성이 -72.9%, 쌍용차가 -51.1%다. 자동차 부품업계가 직면한 자금 문제를 보면, 올해 만기가 되는 부품업계 금융권 대출액이 2조4000억이다. 게다가 해마다 1차 부품 업체가 2차, 3차 부품업체에 발행한 어음 총액이 7조2000억이다. ‘완성차의 -43% 수출절벽’이 4월 현재 진행 중인데, 이것이 부품사의 자금경색으로 이어지면서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가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4월 20일 동아10면)

우리나라에서 수출 효자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반·디·폰’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이 세 가지다. 그런데 세 품목의 수출 시장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최소 5%에서 최대 1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도체가 쓰이는 스마트폰, PC, 가전, 자동차 시장 등이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반도체 수출은 -3%, 디스플레이 수출은 -20.9%를 기록했고, 이번 달 1일~10일 스마트폰 수출은 -23.1%를 기록했다. (4월 20일 중앙경제1면)

주말에 지난 3월치 고용통계가 나왔다. 실제로 일할 능력은 있지만 구체적인 이유 없이 ‘쉬었음’을 선택한 인구가 지난달 237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20대의 ‘쉬었음’ 인구는 처음으로 40만 명을 넘었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20%가 늘어났고, 실업급여 지급액은 40%가 증가했다. 60세 이하 취업자는 53만명이 급감했다. 고용유지 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장이 5만 건을 넘어서 작년 1년 동안 신청 건수의 33배나 됐다. 취업은 했지만 휴업이나 질병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한 ‘일시 휴직자’도 지난 3월 160만7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것은 1년 전보다 126만 명이 폭증한 수치다.

손님이 없어서 문을 닫은 식당 종업원, 사실상 폐업 상태인 여행사 직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시아나 항공은 무급 휴직을 다음 달까지 연장한다고 어제 밝혔다. 전 직원이 한 달에 보름 이상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상화의 기약도 없다. 이번 달 첫 주 국제선 여객수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무려 97.6%가 줄었다. 두산중공업, 쌍용차는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롯데마트는 올해 15개 점포를 문을 닫을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4·19 기념사에서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대통령 말 한마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주 화요일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총선 전야에 '마지막 호소문'을 냈었다. 그중 한 대목이다. "우리가 겪게 될 경제위기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본격적인 경제코로나가 큰 파도처럼 밀려올 것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3월 고용통계를 총선이 끝난 뒤에 발표한 것이다. 지금 와서 이런 것에 분노하고 탓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다.

이런 상황인데, 여권의 비례정당 당선자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고 했다. 과거 어느 시기에 이토록 노골적이고 치졸하며 선혈이 낭자하게 ‘복수의 의지’를 불태운 선거 당선자가 있었는지 귀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 같은 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황희석 전 법무부 국장은 "망나니들이 칼춤을 추고 있다"면서 ‘윤석열 검찰’을 비난했다. 친여 성향을 보였던 김정란 시인은 "(야당이 이긴)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시는 게 어떨지" "눈 하나 달린 자들의 왕국"이라고도 했다. 정말, 지금, 진짜로 ‘망나니 춤’을 추고 있는 게 누구인지, 진짜로 ‘눈 하나 달린 자’가 누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 대공황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데 지금 섣불리 만세를 부르는 자가 누구란 말인가. 그들은 오늘 아침 여러 신문에 실린 사진도 못 봤는가. "대낮에도 셔터 내렸다, 여기는 ‘쇼핑 1번지’ 명동". 평소라면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도 없었던 일요일이었는데도, 두 집 건너 한 집씩 문이 닫혀 있었고, 200여 곳이 넘었던 노점상도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저녁 8시가 되자 정전이라도 된 듯 어두컴컴해졌다고 한다. (4월 20일 조선2면)

여당과 정부는 긴급재단지원금을 100만원씩 지급하는데, "100%냐 70%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하고, 당국은 코로나 사태가 한 고비를 넘겼다고 보면서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를 졸업하고 ‘생활 방역’으로 넘어가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 대공황 쓰나미’에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100배는 더 급해 보인다.

총선 끝나고 일주일 돼 간다. 투표 날, 그날의 선택을 일주일 만에 후회하는 유권자가 있을까. 야당은 지도부 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노정하고 있는데, 오히려 "안 찍기 잘했다"는 중도층 유권자들이 많을까 걱정이다. 미래통합당이 워낙 참패를 했기 때문에 경황이 없을 줄을 알겠으나 당 지도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자리다툼을 하듯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망을 더하고 있다.

게다가 선거 ‘음모론’이 또다시 사안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음모론’이 아니라 메가톤급 ‘선거부정 폭로’가 되려면 투표함 바꿔치기와 컴퓨터 조작의 ‘스모킹 건’ 증거와 증언이 나와야 하고, 그게 결정적 한방이 되어야 한다. 저희 유튜브의 댓글 중에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선거 조작을 파헤쳐달라고 주문을 해오셨다. 오죽 답답하시면 그러랴 싶다. 몇몇 보수 유튜버들이 상당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개표 조작에 대한 나름의 ‘합리적 의심’을 제시하는 것도 봤다. 신문사로도 엄청나게 많은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조금 더 지켜보겠다.

이번 대한민국의 4·15 총선은 민주당 득표율 49.9%, 통합당 득표율 41.4%, 양쪽의 격차는 딱 그 수준이었다. 비례정당 득표율은 ‘범진보’가 50% 남짓, ‘범보수’가 40% 남짓이었다. 딱 그 수준이다. 5대4 정도였다. 표 차이가 얼마든 상관없이 승자가 독식하는 소선거구제 탓에 의석수가 두 배까지 벌어진 것일 뿐이다. 물론 과거에 댓글조작, 사전 여론조작은 있었다. 그러나 지난 40년 동안 정치 세력들이 목숨을 걸고 부딪치는 숱한 선거를 치렀지만 지금까지 개표 조작으로 확인된 선거는 없었다.

아직 이민 간 사람은 없다. 이민 가겠다는 사람도 없다. 실망감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선거란 그런 것이다. 댓글 중에 가슴 아픈 댓글도 많았다. 해외 계신 분인데, 이제 고국의 정치 소식은 그만 보겠다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는 바로 ‘포기’와 ‘체념’이라는 바이러스다. 우리는 그런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드리고 새로운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선거가 끝났다고 섣부르게 보복을 다짐하고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