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투숙률이 10%도 안 됐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릴 줄 몰랐습니다."

1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센터에서 만난 정모(53)씨는 서울의 한 특급 호텔에서 새벽에 주방 청소를 했다고 말했다. 한 달 175만원을 손에 쥐었다는 정씨는 함께 일하던 용역업체 직원 11명 중 7명이 권고사직 처리됐다고 했다. 남은 4명은 서류상으로 2명을 무급휴가 처리한 뒤 월급을 반씩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정씨 아내도 지난달 일하던 식당에서 해고됐다. 이날 고용센터는 점심시간에도 40여 명이 북적였다. 고용센터 관계자는 "실업급여 신청자가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하루 200명씩 몰려와 최근 상담 창구를 한 개 더 늘렸다"고 했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구직급여를 수급하기 위한 의무 교육을 이수하러 온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여파 등으로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3월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6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 12만5000명보다 25%가 늘어났다.

코로나로 인한 실업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15만6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만1000명(25%)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1년 만의 최고 증가다. 3월에 지급된 실업급여 지급액은 8982억원으로 지난 2월 세운 역대 최대 기록(7819억원)을 한 달 만에 또 경신했다. 1년 전에 비하면 40% 급증했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은 점점 느는데 같은 기간 일자리를 얻은 숫자도 19년 만에 최악이었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숫자는 25만3000명으로, 증가세가 1년 만에 52%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국도 실업급여 신청자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경제 위기 국면에서 정부는 일자리를 지키는 것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기초 체력이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고용 시장이 코로나 사태로 집중 타격을 입어 상황이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7개월째 고용보험 가입자가 줄고 있는 제조업을 비롯해 거의 모든 업종이 코로나 타격을 받고 있었다. 특히 호텔·음식점, 백화점·대형 마트,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 전세 버스, 스포츠클럽 등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을 받는 업종의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세가 대폭 꺾였다.

특히 여행업이 포함된 사업서비스업의 경우 작년보다 가입자 수가 1만8000명 줄었다.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하루 평균 두 곳의 여행사가 문을 닫고 있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실업 대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29세 이하는 1만7000명, 30대는 4만2000명 등 2030 세대가 전세대를 통틀어 유일하게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줄었다. 취업준비생 김모(29)씨는 "2월 말 입사 면접을 보기로 했었는데 아직까지도 연락이 없다"고 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가입자 수가 작년보다 40%, 300인 미만 사업장은 60%가 줄었다. 중소기업일수록 채용을 더 줄였다는 뜻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통계는 고용보험 가입자 1376만명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9%에 불과하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고용통계는 고용보험 전산망에 등록된 자료를 취합한 것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영업자, 영세기업 근로자와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자는 빠져 있다. 이번 통계에 빠진 이들을 포함한 고용 통계는 오는 17일 통계청이 발표할 예정이다. 또 대다수 기업은 곧바로 해고하는 대신 휴직 등을 하는 데다, 해고 후 실업급여 신청까지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향후 통계에서 더 악화한 수치가 나올 수 있다.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이날 "코로나 피해는 고용보험 가입자보다는 일용직, 특수 고용직,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웹디자인 프리랜서인 박모(34)씨는 "최근 한 달간 아예 일거리가 없어 사실상 실업 상태인데 직장인은 실업급여라도 나오지만 나는 그마저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