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 대응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 현직 외교관이 2017년말 뉴질랜드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성범죄 혐의로 현지 경찰에 입건됐던 사실이 3일 뒤늦게 확인됐다. 이 사실은 지난 2년여간 외교부가 국민에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다 뉴질랜드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17년 중순 에티오피아 주재 대사의 성폭행 범죄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언급하며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해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번 뉴질랜드에서 성범죄 혐의를 저지른 외교관 A씨에 대해 감봉 1개월 수준의 경징계를 내렸다.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질랜드 수사 당국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11월 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 여직원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언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여직원은 성적 수치심에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문제가 불거질 조짐이 보이자 이듬해 2월 현지 경찰의 수사를 제대로 받지 않고 귀국했다. 그는 외교부 조사에서 “억울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외교부는 그에게 1개월 감봉 처분을 내리고, 이후 그를 필리핀 주재 한국 공관에 근무하도록 발령냈다. 그는 현재 필리핀에서 정상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에 대한 외교부의 1개월 감봉 처분이 부처 내부 직원들 간의 온정주의에 따른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뉴질랜드 법원이 지난 2월 28일 A씨에 대해 혐의의 중대성을 고려해 체포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뉴질랜드 사법당국의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뉴질랜드 외교 당국 관계자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A씨의 성범죄 행위는) 절대 용납돼선 안 된다”고 했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조선일보 질의에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고, 개인 정보 보호 필요성 등을 감안해 현 단계에서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성비위 관련 여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면서도 “성비위와 관련해 외교부는 무관용 원칙을 엄정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 ‘A 외교관에 대한 뉴질랜드 사법당국의 체포영장 집행 협조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외교관의 특권 및 면제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이라고 했다.

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의 피해 여성이 사건 이후 계속 대사관에서 근무하는지 정신적 치료 등을 제대로 받았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