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오지 말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대응하라" - 모친상을 당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6일 각료들에게 "장례식은 조용히 치르고자 한다"며 이처럼 당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서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집계에 따르면, 25일(현지 시각) 전 세계 감염자는 47만1000여명으로, 전날 42만2500여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동안 약 5만명 늘었다. 지난 18일 전 세계 감염자가 21만8700여명이었기 때문에 일주일 사이에 배 이상 환자가 증가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감염자가 5만명(2월 12일)에서 10만명(3월 7일)으로 2배로 늘어나기까지는 24일 걸렸다. 하지만 10만명을 넘긴 시점부터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환자가 폭증하기 시작해 이후 4배인 40만명(3월 24일)을 넘어서기까지 1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달 하순 들어서는 특히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환자가 늘고 있다. 미국의 감염자는 25일 6만9197명으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7.4배로 늘어났다.

사망자는 25일까지 전 세계에서 2만1500여명으로 집계됐다. 18일에는 누적 사망자가 7900여명이었다. 인명 피해 규모가 일주일 사이 2.7배로 증가한 것이다. 전 세계 사망자는 2000명(2월 18일)에서 4000명(3월 10일)으로 배가 되기까지 21일이 걸렸지만, 이후 빠른 속도로 늘어나 보름 만에 5배인 2만명 선을 넘었다.

도쿄서도 사재기 - 26일 일본 도쿄의 식료품점에서 손님이 텅 빈 진열대를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 환자가 증가하면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전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하자 식료품 등 주요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NHK에 따르면 26일 도쿄도의 신규 확진자는 47명으로, 하루 확진자 수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장 인명 피해가 큰 나라인 이탈리아에서는 25일까지 감염자 7만4386명, 사망자 7503명이 확인돼 치명률(감염자 대비 사망자 비율)이 10%를 넘었다. 이탈리아 인구(6000만명)는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인구의 23분의 1이다. 따라서 일정 인구당 감염자로 산술 계산하면 이탈리아가 중국보다 감염자로는 21배, 사망자로는 52배 더 많다. 이탈리아 다음으로 사망자는 스페인(3647명), 중국(3293명), 이란(2234명), 프랑스(1333명), 미국(1046명) 등의 순으로 많다.

급격하게 감염자가 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선 병실, 의료진, 의료장비가 부족해 새로운 환자를 입원시키기 어렵다는 호소가 쏟아지고 있다. 이탈리아·프랑스의 환자는 아직 여력이 있는 독일이 넘겨받아 치료하기 시작했다. 시신 처리에 과부하가 걸린 스페인은 24일부터 마드리드 시내 아이스링크를 임시 시신 안치소로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름이 다가오면 기온이 올라 바이러스가 사그라들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5일 코로나 바이러스가 열대 기후 지역에서도 높은 수준의 번식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되더라도 여전히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ECDC는 감염자 증가 추세를 볼 때 4월 중순이면 모든 유럽 국가의 중환자실이 수용 능력을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