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9시(현지 시각) 파리 16구 트로카데로 광장. 매일 밤늦게까지 센강 건너편의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지만 인적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이날 정오부터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이동 금지령을 내리자 관광객과 시민의 발걸음이 끊긴 것이다.

파리는 순식간에 사람 구경이 어려운 도시가 됐다. 에펠탑 주변은 총을 들고 순찰을 도는 군인들 외에 행인이 드물었다. 센강의 유람선도 운항을 모두 멈췄다. 승객 없이 운전사 혼자 타고 있는 버스가 적지 않았고, 전철은 객차마다 서너명만 타고 있었다. 시내 중심 상권인 샹젤리제 거리도 인적이 드문 가운데 문 닫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샹젤리제 거리서 차량 검문 - 프랑스 전역 이동 금지령이 내려진 첫날인 17일, 파리 중심 상권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프랑스 경찰들이 차량 검문을 하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의 이동 허가 문서 없이 외출할 경우 최고 375유로(약 51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약이나 먹을거리를 사거나 출퇴근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이동할 수 없다.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은 '혼자, 집 근처'라는 두 가지 단서를 달아 허용했다.

센강변을 따라 조깅을 하던 30대 남성 플로리앙은 "파리가 이렇게 조용한 도시가 된 건 난생처음"이라고 했다. 플로리앙은 프랑스 내무부가 배포한 문서를 주머니에 넣고 뛰고 있었다. 어떤 이유로든 이동하려면 이 문서에 신원, 나이, 주소, 이동 목적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16일 문서를 소지하지 않는 등 이동 금지령 규정을 안 지킬 경우 135유로(약 19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했으며 17일에는 벌금을 제때 안 내면 최고 375유로(약 51만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관 10만명이 전국에서 불심검문을 한다. 다만 프랑스 정부가 발급한 프레스카드를 소지한 언론인 이동은 허용했기 때문에 기자는 시내를 둘러볼 수 있었다.

적막이 감돌았지만 저녁 8시 박수와 함성이 요란하게 터져나왔다. 소셜미디어로 미리 연락을 주고받은 시민들이 아파트 발코니에 몰려나와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질렀다. 응원도구로 소리를 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코로나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한 박수 치기 캠페인이었다. 프랑스식 연대의 표현이다. 전면적인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지만 프랑스 정부는 일부 학교의 문을 열어 의료진의 자녀는 돌봐주고 있다.

이날 낮에는 먹을거리와 생활필수품을 사려는 시민들이 대거 수퍼마켓을 향해 쏟아져 나왔다. 바깥에서 각자 1m 간격을 두고 줄을 서 있다가 한 명이 나가면 한 명이 들어가는 식이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도 지난주보다는 부쩍 늘어났다. 수퍼마켓마다 빵·고기·파스타 등의 코너가 사재기로 텅 비어 있었다.

프랑스 정부는 경제적 타격을 줄이기 위해 비상수단을 꺼내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상황이 극도로 어려워진 기업들에 대해서는 국유화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