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오디션으로 불리며 전국민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의 최종 우승자 발표가 14일 오후 8시로 늦춰졌다. 12일 밤 10시부터 진행된 미스터트롯 결승전에서 국내 음악 경연 프로그램 실시간 문자 투표 역사상 최대인 773만여 통의 문자 메시지가 단시간내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집계 시간이 크게 지연돼 비롯된 일이다.

TV조선은 생방송이 끝난 직후 긴급입장문을 내고 "이 같은 돌발 상황을 완벽하게 대비하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더욱 투명하고 정확한 집계를 약속드린다"고 사과한 데 이어, "토요일인 14일 저녁 ‘TV조선 뉴스7’이 끝난 직후 ‘미스터트롯’ 생방송을 특별 편성해 국민투표를 최종 합산한 ‘미스터트롯 진(眞)’을 발표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왼쪽부터 준결승전 1~7위를 차지한 임영웅, 이찬원, 영탁, 정동원, 김호중, 김희재, 장민호가 준결승전 2라운드 '1대1 한 곡 대결'을 펼치는 모습.

이날 사전 녹화와 생방송으로 진행된 ‘미스터트롯’ 시청률은 35.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돌파하며 종편 예능 프로그램의 역사를 또다시 새롭게 썼다.

문자 773만통‘슈퍼스타K’ 170만건의 4배로 경연프로 역대 최대 문자 투표

최종 우승자 발표 지연은 12일 밤 생방송으로 진행된 결승전에서 시청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실시간 문자투표’에 773만1781통이라는 역대 최대의 문자 메시지가 폭주하면서 비롯됐다. 경연자들 이름이나 번호가 적힌 문자를 분류하고 이를 각 참가자들의 점수에 집어 넣은 뒤 다시 득표율을 계산해 총점에 반영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데이터 양이 수백만 건 단위로 급증하고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집계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 것이다.

이날 문자 접속 건수는 제작진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치다. 방송계에선 지난해 한 음악전문 채널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자 메시지 접속 건수가 430만 건으로 역대 최대로 알려져 있다. 이날 TV조선에 문자 투표를 보내온 건수는 이 수치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공식 확인된 바로는 '슈퍼스타K 시즌3'의 문자 투표 접속 건수도 170만 건"이라며 "700만 건이 넘는 수치는 어마어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TV조선 제작진은 "문자 투표를 담당한 업체가 슈퍼스타K, 프로듀스 시리즈 등 그동안 각종 유명 경연 프로그램의 문자 투표 집계를 해온 업체라 현장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투표 시작과 동시에 200만~300만명의 접속자가 순식간에 몰리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제작진은 이날 밤 10시에 시작한 방송을 새벽 1시40분까지 넘겨 3시간 30분 넘도록 진행했다. 그 시간 정도면 다른 경연 프로와 비교했을 때 집계를 끝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방송 시간이 길어질수록 문자 접속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고, 집계를 내는 속도도 현저히 떨어졌다. IT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버 용량이나 기타 여건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음식점에 손님이 많이 몰릴 것에 대비해 좌석을 두 배까지 늘려놨는데, 그걸 뛰어 넘어 2~3배 더 많은 손님이 온데다 한꺼번에 밀어 닥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공정한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TV조선측은 "비록 속도는 늦어졌지만, 문자로 보내온 시청자들의 투표 내역 데이터가 다 보존돼 있기 때문에 더욱 공정한 집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간에 쫓겨 투명하지 않은 결과를 현장에서 발표할 수 없다고 판단, 보다 정확한 경연 결과를 위해 지연 발표를 결정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우한 코로나로 녹화 취소관객 투표를 실시간 문자 메시지로 변경

이번 사태는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의 후폭풍이기도 하다. TV조선은 원래 지난 달 24일 공개 녹화로 진행하며 마스터 점수와 대국민응원 투표 점수, 600명의 관람객 점수를 합산해 최종 우승자를 가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한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최종 결승 녹화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TV조선은 대책을 논의하던 끝에 무관중 사전 녹화와 시청자 문자 투표를 결합한 새로운 경연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총 4000점 만점으로 마스터 점수 50%(2000점), 사전에 진행된 대국민 응원 투표 점수 20%(800점), 실시간 문자 투표 점수 30%(1200점)를 적용, 최후의 트롯맨을 선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문제는 마스터 점수 총점과 대국민 응원투표까지 모두 합산한 뒤 실시간 문자 투표 점수를 7명의 각 후보자들에게 배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1200점 만점을 놓고서 각 후보자별로 득표율에 따라 점수를 배분해야 하는데, 실시간으로 진행된 집계에서 투표 종료 직후 즉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문자 투표와 동시에 시청률 치솟기 시작역대 최대 시청률 기록 경신

13일 발표된 이날 ‘미스터 트롯’ 시청률 추이는 실시간 국민 문자투표와 함께 얼마나 긴박한 순간들이 이어졌는지 보여준다. 분당 시청률만 해도 방송 시작 직후 문자 투표 개시와 동시에 시청률이 치솟기 시작했다. 방송 직후인 밤 10시3분에 이미 22%를 찍었고, 10시7분 MC 김성주가 "자,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외치는 순간 28.68%로 치솟았다. 이후 본격적으로 각 참가자별 번호 자막이 TV 화면 상단에 반복해 돌아가기 시작한 10시10분 분당시청률이 30.36%로 올라섰다. 실제로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은 가족들끼리도 서로 응원하는 가수가 달라, 엄마 아빠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보고 자녀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에게 별도로 문자를 더 보내는 등 집집마다 문자 보내기 경쟁이 벌어진 경우도 많았다.

이날 분당 최고 시청률은 임영웅 무대에서 나왔다. 밤 11시11분 임영웅이 1라운드 미션곡을 부른 뒤 마스터 점수가 발표되던 순간에 분당 시청률이 38.5%를 기록했다.

결승 7인, "놀라운 경험! 시청자들께 감사할 뿐 즐겁게 결과 기다린다"

우승자 발표 연기에 가장 놀란 건 경연 참가자들이었다. MC 김성주가 문자 투표 폭발로 집계가 지연돼 최종 결과 발표를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소식을 전하자, 무대에 선 참가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직후 역대 최고 수준인 770만 통 이상의 문자가 폭주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연 참가자들은 오히려 시청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왔다. 이날 생방송 직후 결승 진출자들은 "응원하며 기다리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하지만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 것이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기도 합니다. 곧 결과 발표를 한다고 하니, 저희 미스터트롯 7인과 함께 해주십시오. 보내주신 응원과 사랑 감사합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참가자중 가장 연장자인 장민호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큰 응원 해주신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770만 콜이 넘었다고 들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응원으로 집계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서 결과 발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시청자들께서도 너그러이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시청자들 "한치의 오차없이 집계해야", 제작진 "로 데이터 공개할 것"

이날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과 각종 포털 사이트 연예 게시판에는 "이 정도 문자 투표가 들어올 것을 예상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실망스럽다"는 반응들이 다수 올라왔다. "투표 결과를 놓고 뒷말이 나왔던 다른 경연 프로그램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늦은 만큼 한치의 오차 없이 투명하게 발표해달라"는 주문도 쏟아졌다. 한 시청자는 "투명하게 한점 부끄럼 없이 발표해 달라. 진이 되고도 피해보는 일 없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일각에선 "그 정도로 많은 접속자 수가 몰렸는데, 당일에 바로 발표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조작이라는 의혹을 살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TV조선 제작진은 "최종결과가 발표된 후 투명한 결과를 증명하기 위해 원본 자료인 로 데이터(raw data)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긴박했던 이날 방송은 MC 김성주 특유의 임기응변과 침착한 진행 솜씨가 빛난 드라마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생방송에서 결과 발표 집계가 지연되자 경연자 7명을 일일이 인터뷰 하며 시간을 벌었고, 과거 ‘슈퍼스타 K’ 등 오디션 프로그램 유행어인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등을 섞는 화법으로 극도의 긴장 속에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 "미스터트롯 진은 김성주"라는 댓글이 1700건 넘는 공감을 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