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가 제작한 중국 응원 동영상에서 중국어로 '중궈짜요(中國加油·중국 힘내라)'라고 외치고 있다.

우한 코로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여권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국을 두둔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4일 기자설명회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 "선입견이나 혐오감 정도로 대할 일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대응할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도 "특정 집단을 공격하고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흐름이 있는데 감염병을 막는 자세는 아니다"라며 "(2015년) 서울이 메르스로 심각했을 때 중국이나 베이징시가 서울시민 또는 대한민국 국민을 막았느냐"고도 했다. 하지만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월 26일부터 최근까지 7차례 정부에 중국인 입국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과학적 대응'을 강조한 박 시장이 의사들의 권고는 듣지 않고 청와대 입장에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중국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지하철역 6곳의 시정 홍보 전광판에 중국을 응원하는 동영상을 내보냈다.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시청 신청사 외벽과 광화문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에 '서울이 메르스로 고통받을 때 베이징이 도왔습니다' '서울이 어려움에 처한 중국과 함께합니다' '서울에 있는 유학생 등 여러분의 가족도 잘 챙기겠습니다' 등의 문구를 중국어와 병기했다.

박 시장은 직접 중국어로 "우한짜요!"(武漢加油·우한 힘내라), "중궈짜요!"(中國加油·중국 힘내라)라고 외치는 응원 동영상도 제작했다. 이 영상은 중국 CCTV 등 언론에 소개됐다. 시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로 중국 내 한국 관광객이 급감했을 때, 베이징시에서 사절단을 보내서 대중국 관광 홍보에 큰 도움을 준 점을 감안해 응원 메시지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를 지낸 이명숙 변호사는 "서울시장이 최우선으로 챙겨야 할 서울 시민과 국민의 인권은 뒷전으로 물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한 공기업 직원(44)은 "우리 동네는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신촌·이대와 가까워 주민 대부분이 바깥 출입을 끊고 사실상 자가 격리 상태로 돌입한 상황"이라며 "박 시장에게 서울 시민은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볼모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