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우한 폐렴의 심각성에 대해 보고를 받고도 "명절 분위기를 해치지 말라"고 지시해 대응이 늦어졌다고 홍콩 명보가 17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12월 말 후베이성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나타나자 1월 초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등 조사팀이 파견됐다. 조사 결과 호흡기를 통한 사람 간 전파 위험성이 있었고, 중앙정부에 조기 방역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가 지도부에 위험성을 보고했지만 "1월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우한 폐렴은 회의의 중점 주제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회의에서 중앙 지도자가 '주의해서 대비하라'고 하면서도 동시에 '그로 인한 혼란이 다가올 춘제(중국 설) 분위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중앙 지도자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시 주석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지도부의 이런 분위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시작된 후베이성, 우한시 정부 역시 적극 방제에 나서지 않았다. 후베이성은 1월 11일부터 예정대로 후베이성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개최했고, 우한시 역시 대규모 연회를 그대로 진행했다.

명보에 따르면 지도부가 관심을 갖지 않자 가오푸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 등 전문가들이 전술을 바꿔 국제 학술지에 우한 폐렴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