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권 세력들이 절대 입에 담을 줄 모르는 말이 있다. 그것은 "나부터 수사하라", 혹은 "모든 것은 내 잘못이다", 이런 말이다. 지금 집권 세력을 한동안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강남에 똑같은 아파트를 사도 보통 사람이 사면 '적폐 세력의 부동산 투기'요, 자기네 진영 사람이 구입하면 '정당한 내 집 마련'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내로남불, 이 말은 틀렸다. 지금 집권 세력은 '방귀 뀐 놈이 성 낸다', 혹은 '적반하장, 도둑이 몽둥이 든다', 이런 말이 더 어울린다. 민주당은 고려대의 임미리 연구교수가 쓴 칼럼을 검찰에 고발해놓고, 그게 논란이 되자 이해찬 대표가 "왜 이런 고발을 했느냐"며 화를 냈다는 것이다. 그 고발장은 이해찬 대표의 이름과 도장이 찍힌 고발장인데, 오히려 화를 냈다는 것이다. 이럴 때 쓰는 속담이 '똥 싼 놈이 성 낸다', 는 것이다.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이 실린 것은 지난 1월 29일인데 거의 20일이 지난 이번 주에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칼럼 내용은 다소 복잡한 논리를 동원하고 있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국민을 상전으로 모시겠다고 해놓고 나중에는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상전 노릇을 하는 민주당을 질책하는 칼럼이다. 4.15 총선에서 어디에 찍어도 좋으니 민주당만은 빼놓고 표를 주자는 것이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의 골자다.
그런데 이 칼럼이 경향신문에 실리자 민주당은 필자와 신문사를 고발했다. 특정 정당을 배제하는 사전선거 운동을 했으니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한국당의 전희경 대변인은 "임 교수의 전력까지 트집 잡는 데서는 반성할 줄 모르는 정권의 DNA가 읽힌다"면서 "고발 당사자인 이해찬 대표는 몰랐다는 어처구니없는 해명뿐"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홍익표 수석대변인 같은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고발을 취하했으니 그걸로 끝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한다.

민주당이 임미리 교수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렇게 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임미리 교수 및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 임미리 교수는 안철수의 씽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10분 뒤 '안철수'란 이름을 빼고 대신 '특정 정치인'이라고 바꿨다고 하는데, 정의당의 강민진 대변인조차 이렇게 민주당을 비판했다. "임 교수가 개인적으로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였을 뿐입니다."
더군다나 지금 정권이 출범할 때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원년 멤버였고, 지금은 중국 대사로 가 있는 장하성씨는 안철수 씽크탱크 '내일'의 소장이었다. 그곳 '소장'을 역임한 사람과 함께 정권을 출범시킨 세력들이 어떻게 '실행위원'을 한 사람에게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식으로 반발할 수 있느냐는 지적인 것이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전 총리의 발언도 구설에 올랐다. 이 전 총리는 "크고 작은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은 한없이 낮아지고 겸손해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이 잘못했다는 말, 임미리 교수에게 사과한다는 말이 안 들어 있다"면서 "아주 우아하게 손을 씻는다"고 꼬집었다.

임 교수에 대한 고발장은 처음부터 아예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공직선거법에 대한 무식의 소치라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정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한 이유는 "정당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지지 요청 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이 아니다"고 했던 것이다. 따라서 공천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 교수의 칼럼 또한 선거운동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해찬 대표가 "누가 고발했느냐"를 화를 냈다든지, "이해찬 대표는 모르고 있었던 사안"이라고 했던 민주당의 해명 역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해찬 대표가 고발장 제출을 몰랐다면 그것은 '공문서 또는 사문서 위조 및 동 행사'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고발 사태는 지금 집권 세력들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임 교수의 발언이 정곡을 찌르고 있다. "저뿐 아니라 향후 다른 이의 반대 주장까지 막으려는 행동"이며 "이는 비판적인 국민의 소리는 무조건 듣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여권에 우호적인 참여연대조차 "비판을 막으려는 전형적인 입막음 소송"이라고 말했다. ‘오만과 독선에 빠져 있는’ 정권, 그런 정권은 자신들을 비난하는 칼럼을 쓰면 선거법 위반이라는 올가미를 씌워 입을 틀어막으려고 한다. 중국에서 교수나 기자가 폐렴에 대한 당국의 대처를 비난하면 그 지식인이 어디론가 사라진다고 하는데, 그런 중국 세력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집권 세력은 그것으로도 모자라 임 교수 같은 이를 안철수의 싱크탱크 출신이라며 편 가르기와 진영 논리를 내세워 고발 논란 위기를 잠시 모면하려는 꼼수를 동원하기도 한다. 그러는 한편 일부 극렬 지지자들이 나서서 반대편 인사에 대한 무차별 신상 털기와 문자폭탄 테러를 일삼아왔다. 4.15 총선 때까지 이런 상황이 가속화 될 것이다. 이것은 저들의 위기의식이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중도층과 무당층이 꿈틀대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정권견제론, 다시 말해 ‘정권심판론’이 정권 안정론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갤럽 조사가 나왔다. 결론은 오로지 하나로 귀결된다. 그것은 바로 4.15 총선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