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중국 내 사망자 수가 2002~2003년 중국을 강타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확진자 증가 폭도 계속 커지면서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중국 정부는 3일 "2일까지 중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총 36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확진 환자 수도 1만7339명으로 전날보다 3000명 가까이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홍콩 공공병원 노조 위니 유(가운데) 위원장이 3일 홍콩 퀸메리병원에서 노조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커지자 홍콩 의사, 간호사 등 2400여명은 이날 "중국과의 국경을 완전 차단하라"며 파업을 벌였다.

더 큰 문제는 속도다. 사스의 경우 2002년 11월 광둥성 포산에서 첫 확진 환자가 나오고 2003년 6월까지 8개월간 523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349명이 숨졌다. 이에 비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작년 12월 후베이성 우한에서 첫 감염자가 나오고 불과 2개월 만에 확진 환자가 사스 때 사망자를 추월했고 확진자 수도 사스의 3배를 넘었다.

중국 당국은 춘제(春節·중국 설) 후 이동이 시작되는 이번 주가 방역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바이러스가 진원지인 후베이성에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1월 23일부터 우한 등 후베이성 전역을 봉쇄했다. 최대 잠복기(14일)를 감안할 때 이번 주부터는 후베이성 이외 지역의 환자가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후베이성 이외 지역의 감염자 증가 폭은 1월 30일 761명을 정점으로 752명, 669명으로 감소하다가 2월 2일 다시 726명으로 증가했다.

우려가 커지면서 확진 환자가 많은 후베이성 황강, 저장성 원저우가 시민들에게 최소 이번 주까지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또 중국 관영 매체들은 "정월 대보름(2월 8일)까지는 집 밖으로 나가지 말자"는 글을 올리고 있다. 사스 대응에 참여해 중국의 국민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지난 2일 중국 관영 CCTV 인터뷰에서 "앞으로 10일에서 14일 사이에 확산이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확산 우려가 커지자 홍콩 의사·간호사 2400여 명은 3일 "중국과 통행을 전면 중단하라"며 파업을 벌였다. 홍콩은 2003년 중국에서 전파된 사스로 1755명이 감염되고 299명이 숨진 트라우마가 있다. 홍콩 정부는 이날 중국에서 홍콩으로 들어가는 주요 관문인 로후, 록마차우, 황강 출입관리소, 홍콩·마카오 페리 터미널을 4일 0시부터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홍콩국제공항과 주강아오 대교, 선전베이 출입관리소는 계속 열어 놓기로 했다. 홍콩 의료계는 "중국과의 국경을 완전 차단하라"고 주장하며 4일에도 파업을 예고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외 전 세계 20여국으로 확산되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한 폐렴은 2일(현지 시각) 아프리카, 남미를 제외한 24국에 전파된 상태다. 전문가들이 팬데믹을 우려하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전자가 비슷한 사스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비해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2002~2003년 사스는 전 세계 26국에서 8086명이 감염됐고, 2015년 메르스는 27국에서 2494명이 감염됐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미 뉴욕타임스에 "확산 속도가 빨라 팬데믹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했다. 영국·홍콩 학자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를 지금까지 알려진 확진 환자(중국 내 1만7000여 명)보다 훨씬 많은 8만~10만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런던보건대 피어 피오트 박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스보다 감염 속도가 빠른 H1N1(신종 플루)처럼 확산되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팬데믹(pandemic)

새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이나 그런 질병을 말한다. 제한된 지역에서 발병하는 유행병과 달리 두 대륙 이상 넓은 지역에 걸쳐 발병할 때 이 말을 쓴다. 그리스어로 '모두(pan)'와 '사람(demic)'을 뜻하는 말이 합쳐진 용어다. 1918년 스페인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등이 팬데믹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