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IT 기업이 몰려 있는 중국 베이징 서부 중관춘(中關村)에 '중수거(鐘書閣)'라는 서점이 문을 열었다. 2013년 상하이에 처음 생겼고 베이징엔 17호점이다. 베이징점 개점 당일 사람이 몰리며 서점에 들어가기 위해 한 시간씩 줄을 섰다고 한다. 베이징시 선전부는 최근 이곳을 '베이징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열 곳 중 한 곳으로 선정했다.〈사진〉
지난 10일 오후 서점을 찾았을 때 평일인데도 서점 안은 붐볐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의 10분의 1 면적으로 대형 서점은 아니었다. 서점 1·2층을 잇는 지그재그 모양의 계단, 곳곳에 놓인 유리벽, 경극(京劇)을 주제로 한 전시물은 연극 무대 같았다. 책 읽는 사람만큼 서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았다.
서점 측에 따르면 하루 평균 3500명이 찾고 있다고 한다. 20대 여성 직장인 저우(周)모씨는 "평소 문화·예술 관련 책과 상품을 좋아하는데 이 서점이 인터넷에서 유명하다고 해서 구경왔다"고 했다. 저우씨는 "여기서 검색해서 왔다"며 음식점이나 카페, 관광지 평가·예약 앱(응용 프로그램)인 '다중뎬핑(大衆点評)'을 보여줬다.
중국 서점은 그간 "볼 게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중국 최대 서점 체인은 1937년 문을 연 '신화서점'이다. 중국 전체 출판물 판매의 35%(2018년 기준)를 판매한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선전부가 관할하는 국유기업이다 보니 내부 분위기가 동네 문방구같이 천편일률적이라서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받았다.
이런 틈새를 파고든 게 인테리어를 강조한 민간 서점들이다. 중수거를 만든 사람은 교사 출신인 진하오(金浩)다. 34세에 교직을 그만두고 1995년 상하이에서 서점 사업을 시작했지만 적자에 시달렸다. 그러다 2013년 해외 서점에서 영감을 얻어 독특한 실내 디자인과 서점·카페를 결합한 중수거 상하이점을 열었다. '중수'는 그의 딸 이름이다. 그 무렵 장쑤(江蘇)성 난징의 '셴펑(先鋒)서점', 쓰촨(四川)성 청두의 '옌지유(言幾又)' 등 특색 있는 서점 체인들이 속속 등장했다. 서점과 카페, 디자인 제품 판매점을 결합하고 작가 초청 행사를 열며 20~30대의 관심을 끌었다.
최근에는 국유기업들까지 뛰어들면서 중국 전역에서 '아름다운 서점' 붐이 불고 있다. 중신(中信)그룹 산하인 중신출판사는 작년 4월 베이징 서부에 인문·디자인 분야를 강조한 '중신서점 제네시스'를 열었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오프라인 서점 진흥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관영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문을 연 239개 서점에 1억위안(약 167억원)을 지원한 베이징시는 앞으로 200개 특색 서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런 변화에 서점을 찾는 중국인들은 만족하는 편이다. 중수거 베이징점에서 만난 고3 루(陸)모양은 "공간 디자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고 카페도 함께 있어서 시간을 보내기 좋다"고 했다. 초등학생 손자와 함께 온 리(李)모씨는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아이들을 데리고 와 놀기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책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특히 외국 서적의 경우 신간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있다. 중국은 정부가 외국 서적의 번역·출판을 감독하고 있어서 새로 출간된 책이 예전보다 오히려 감소 추세인 것의 영향이 있다고 한다. 중수거를 찾은 외국인들 사이에선 "읽을 만한 책이 많지 않다"며 "사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적당한 이쁜 카페 같은 곳일 뿐"이란 반응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