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한 축인 중도좌파 사민당의 새 지도부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민·기사당 연합에 주요 정책 합의 사항을 재협상하자고 요구했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사민당의 요구에 거부 의사를 표시하면서 지난해 3월 출범한 연정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AP통신이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사민당은 노르베르트 발터-보르얀스 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재무장관과 자스키아 에스켄 연방 하원의원을 공동 대표로 선출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추가 인상,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재정 지출 확대 등을 연정 주요 정책으로 채택하자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발터-보르얀스는 방송에 나와 "기민당이 정책 협상에 폐쇄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연정이 계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새 지도부는 연정을 깨뜨리고 선명한 야당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내 강경 좌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기민당 대표는 2일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연정 파트너(사민당)를 위한 치료 기관이 아니다"라며 "사민당 새 지도부는 연정에 남을지, 그렇게 하지 않을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협상에 응할 뜻이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면서 연정 붕괴까지도 각오한다는 것이다.

만약 사민당의 이탈로 연정이 무너지면 기민·기사당 연합만으로 과반수에 미달하는 소수 정부를 유지하거나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메르켈 총리는 다음 총선이 실시될 때 출마하지 않고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되면 2021년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16년 재임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역대 최장수 독일 총리가 되는 기록을 세우지 못하고 물러나야 한다. 2005년 총리가 된 메르켈은 2021년이 되면 16년간 재임하게 된다.

독일 언론은 실제로 사민당이 연정에서 이탈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올해 유럽의회 및 지방의회 선거에서 사민당이 과거보다 득표율이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경우 의석이 줄어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