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가 갈수록 반중(反中) 성격을 뚜렷이 하면서 중국 본토의 간판급 기업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직접 감독을 받는 은행 등 국영 기업체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의 점포도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계와 관련됐다는 '소문'만으로 공격을 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지난 20일 홍콩 몽콕에 있는 중국 휴대전화·가전 업체 '샤오미' 매장 입구에 불을 질렀다. 시위대는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점포 벽에 중국과 나치를 합성한 '차이나치(Chinazi)' '탐관오리'라는 글을 썼다. 유튜브에는 매장이 불타는 영상도 여럿 올라왔다. 이 점포는 홍콩에 3곳 있는 샤오미 매장 가운데 하나로 지난 4일에도 시위대의 공격 목표가 됐다.
2010년 중국 베이징에서 창업한 샤오미는 민간 기업이다. 이번 시위와도 직접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시위대의 공격 목표가 되는 것은 중국계 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샤오미는 지난해 홍콩 증시에 상장(上場)하면서 "중국 IT 기업의 홍콩 증시 진출"이라는 점이 대대적으로 부각됐다. 시위를 주도하는 젊은 층에서 비교적 많이 알려졌다는 것도 공격 대상이 된 이유로 꼽힌다. 중국 내 대표적 중의학 브랜드인 동인당(同仁堂) 매장도 이날 공격을 받았다.
시위대는 그동안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공상은행 등 중국계 은행 무인점포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생필품·수입 제품을 파는 체인인 '베스트 360'은 홍콩 기업이지만 공격 목표가 됐다. 지난 6월 이후 100개 점포 가운데 50곳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온라인에서 이 업체가 중국계 범죄 조직인 '푸젠방'과 관련됐다고 지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 푸젠성 출신들은 홍콩 내 대표적인 친중(親中) 그룹으로 꼽힌다.
베스트 360 측은 그간 두 차례에 걸쳐 "우리는 푸젠방과 관련이 없다"며 "업주들이 생업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지만 이 점포들에 대한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