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200m 불기둥…초대형 참사로 번질 뻔
해경 발 빠른 대처로 신속 진압…선원 46명 전원 구조
"초대형 화재에도 사망자 한 명도 없어…기적 같은 일"
초기 소방차 45대 급파했지만 진화엔 역부족
해경 3001함, 1분에 13만ℓ 물 분사…소방차 150대 규모
"해경의 '대포 한 방'(경비구축함 3001함)과 발 빠른 사고 대응이 진압에 주효했다."
울산 염포부두 석유제품 운반선 폭발 화재 사고가 규모나 화재 양상에 비해 피해가 적자 해경의 발 빠른 사고 대응력이 조명받고 있다. 5년 전 세월호 사고 이후 강화된 해경의 사고 대응력이 참사를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울산해경 잠수구조대인 박철수 경장이 지난 28일 뛰어내린 하역 근로자 등을 구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51분쯤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석유제품 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불기둥이 200여m 높이로 치솟으면서 일대 상공이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다.
불은 옆에 정박해 있던 싱가포르 국적의 석유제품 운반선 바이달리안호에도 옮아 붙었지만 진화됐다. 두 배에 탔던 외국인 선원 46명은 모두 구조됐다. 이 중 선원 3명, 하역 근로자 8명, 해경 5명, 소방관 2명은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셔 치료를 받았다.

지난달 28일 오전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된 선박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화재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소방대원은 "당시 스톨트 호에서 1차 폭발이 났을 땐 수류탄을 던졌을 때처럼 주변에도 폭발력이 크게 퍼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망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2일 울산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당시 스톨트 호에는 위험액체화물 14종 2만7000여t이 탱크 28기에 실려 있었다. 이들 중 탱크 2기에서 불이 난 상황이었다.
나머지 26개 탱크로 화재가 이어진다면 연쇄폭발 등 초대형 참사가 예상됐다. 화재 진화는 냉각 속도에 달린 상태였다.
울산소방본부는 소방차 45대를 급파해 진화해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13만ℓ를 채운 소방차 1대의 1분 분사량은 6000~7000ℓ 수준이다. 울산해경의 500t급 화학방제함과 민간선박도 가세했으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홍희 남해해양경찰청장은 이 정도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김 청장은 임명길 울산해양경찰서장, 송철호 울산시장의 지원 요청에 3001함(3000t급) 급파를 지시했다. 사고 발생 4시간 만에 부산해경 소속 3001함과 부산소방본부 소방정(103t)급 1대가 함께 진화에 나서면서 큰 불길이 잡혔다. 특히 1분에 13만ℓ 의 물을 쏘아댄 3001함의 위력은 소방차 150대만큼의 분사량을 보였다.

지난 28일 울산 염포부두에서 경비구축함 3001함이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 붙은 불을 진화하고 있다.

당초 소방당국은 진화에 최소 2~3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으나 다행히 불은 18시간 30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해경 내부에서는 세월호를 반면교사로 삼아 강화된 해경의 사고 대응력이 큰 참사를 막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사고 당시 해경은 5분 안에 현장에 도착해 8분 만에 46명 모두를 구조했다.
임명길 서장이 두 배의 홋줄 절단을 발 빠르게 지시해 구조대 6명이 두 선박을 빠르게 분리한 것도 큰 피해를 막은 요인이었다.
울산해경 최영만 정책홍보실장은 "5년 전 세월호 사고 때는 구조부터 대응, 상황 전파 등 여러 측면에서 해경의 부족함이 드러났다. 그때의 경험을 반성하면서 많은 해양경찰관들이 수영, 잠수훈련으로 수상 대응력을 높여왔다"며 "이런 노력이 신속한 사고 대응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화재 수습 과정에서 부상당해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박철수(33) 경장 역시 "세월호 때 학생들을 살리지 못한 아픔이 더 열심히 구조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밝혔다.
박 경장은 필리핀 국적의 바우달리안 호 선장과 함께 마지막 선원을 구조한 뒤에야 철수했다. 이번 사고 수습에는 해경 286명(잠수구조요원 20명 등), 소방 186명, 경찰 30명 총 502명이 투입됐다.

울산해경 잠수요원 등이 지난달 28일 발생한 염포부두 화재에서 구조작업 중이다.
김홍희 남해해양경찰청장이 30일 구조작업을 하다 부상당한 박철수 경정을 위로 방문하고 있다.
임명길 울산해양경찰서장이 지난 1일 오후 문성혁 해수부 장관에게 사고당시 상황을 브리핑 하고 있다.
울산해경 최영만 정책홍보실장이 28일 염포부두 앞바다에서 취재진에게 현장상황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