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 경제부 기자

'2018년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기관(한전 그룹사, 건보공단)은 부채관리 계획 및 구조조정 노력을 상세 작성하라.'

기획재정부가 최근 제시한 '2019~23년 공공기관 중장기재무관리계획 작성 지침'을 보면, 이 문장에는 밑줄까지 그어져 있었다. 기재부는 39개 공공기관에 재무관리계획을 써내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한국전력과 건강보험공단을 콕 집어 재무 상태를 제대로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이 두 공공기관은 현 정부 들어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됐다. 건보공단은 2017년 4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지난해엔 무려 3조9000억원이나 손실을 냈다. 올해는 적자 규모가 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전의 경우 2017년 1조5000억원(연결기준) 이익을 냈다가 작년에 1조1000억원의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도 1조2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 공공기관들의 경영지표가 크게 악화된 원인이,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탈(脫)원전 정책' 등 문재인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총대' 메고 수행한 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문 정부는 2017년 8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 이래 특실료(상급 병실료) 등 환자가 100% 부담하던 '비급여 진료'의 건강보험 혜택을 차례로 늘렸고, 건보 재정은 빠르게 악화됐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과 한전의 계열사는 원자력 구매 단가의 2~3배 수준인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며 적자 규모가 커졌다.

그동안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을 잘 따르는 공공기관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한전이나 건보공단 같은 공공기관들은 정부가 시킨 주요 정책을 잘 따라야만 평가 점수도 잘 준다고 하니 '코드 채점' 기준에 충실히 맞췄는데, 이제 와서는 구조조정까지 하라면서 재무 악화 책임을 떠넘긴다고 반발한다. 건보공단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업무를 게을리해 적자가 쌓인 것도 아닌데 구조조정 노력까지 하라는 데 분개했다"며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하며 생긴 적자 책임을 건보공단에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탈원전으로 인력 감축이 예고된 한국수력원자력 같은 한전 계열사들의 내부 불만도 쌓이고 있다.

기재부는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따르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서, 그로 인해 나빠진 재무 상태는 알아서 개선하라며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고 있다. 이번 자료를 입수한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은 "공공기관 빚더미는 결국 나랏돈으로 갚을 수밖에 없어 국민 부담이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세금 내는 미래 세대까지 부담을 늘려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공공기관이 속으로 골병이 들고 있는데, 이를 감독할 책임이 있는 기재부가 정면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고, 면피성 지침이나 내리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