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문재인의 시간’이 시작됐다. 문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은 어제 그제 진즉 내려져 있었던 것 같다. 물색 모르는 사람들만 월요일 오전까지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임명이냐 철회냐 고민하고 있는 줄 알았다. 문 대통령은 이미 결정을 내려놓고, 사후 전략을 다듬고 있었던 셈이다.

이제 사법 개혁은 물론이고 국정 운영 전반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폭풍우 속으로 접어들었다. 국회는 오늘부터 마비 상태에 빠질 것 같다.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오늘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사망했다"고 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검찰을 압박한 것으로도 모자라 국민을 지배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더욱 참담한 일은 대한민국에서 ‘문재인 대 반(反) 문재인’ 진영의 싸움이 더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내전(內戰)’을 조장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조국 내전’의 한쪽 진영에 선봉 장수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5분의3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내년 총선까지 지지 세력들과 배수의 진을 치고 처절한 ‘진영 투쟁’으로 정국을 돌파하려고 하는 것 같다.

문 정권은 여기서 밀리면 죽는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오늘 아침 마지막 여론조사, 조국 임명 ‘찬성 36%, 반대 47%’도 소용없었다. 문 대통령은 ‘범죄 혐의자’를 법무장관에 임명하는,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오기를 부렸다. 게다가 청문회에서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털어놓은 조국 씨를 결국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결국 문 정권은 자유 대한 건국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고 말았다. 조국 장관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독자 댓글들은 "이제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냐?"고 묻고 있다. "무법(無法) 장관이 왔으니 바야흐로 말세다"는 통탄도 들린다. "국민 모두가 저항권을 행사할 때"라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모든 국회의원들은 총사퇴하는 결기를 보여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자유한국당은 성명을 내고 본격적인 대정부 항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여당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검찰이 집단 사표로 저항하면 다 받아주"고 "검사 총원이 2800명인데, 변호사가 2만2000명이나 된다. 법무장관이 검사 지망자를 공모해 개혁적인 변호사를 선별, 대통령이 임명하면 된다."
자 이 말이 농담만은 아닌 상황이 됐다. '대한민국 검사'는 죽고, '정권의 검사'들만 득실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반면에 "이번 사건으로 문 정권은 물론이고 운동권들의 몰락을 가져오는 단초가 될 것임을 감히 예상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오만은 파멸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문 정권이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든 국민들에게 양심과 법대로 살면 바보라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라는 통탄도 있었다.

일부 성난 독자들은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렸으나, 그 보다는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이 먼저 올 수도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단합하고 야당 쪽 이탈 표를 합하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다. 조국 일가족을 파헤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 해체론’은 물론 ‘검찰 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조국은 오늘부터 ‘법무장관’ 겸 ‘피의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을 맞이했으나 그가 먼저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검찰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결연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상 전쟁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통령이 검찰을 다 엎을지언정 조 장관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퇴로가 없다. 끝까지 수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지든 모든 것은 문 정권이 자초한 것이다. 외통수로 몰아간 사람은 문 대통령이다. 아침에 지인 한 분은 전화를 걸어와 "문 정권 스타일은 못 먹어도 고"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에게 임명장을 준 뒤 이렇게 말했다. "저를 보좌해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 "그 의지가 좌초돼서는 안 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오전 당 회의에서 "대통령이 검찰에 압수수색 보고를 받고 불같이 화를 냈다, 는 보도도 있었다"며 "대통령이 분노해야할 대상은 검찰이 아니다. 국민을 우롱하고 사법질서를 농단한 조국"이라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국 논란은 부도덕을 지나 강한 범죄혐의가 있는 것"이라며 "범죄 냄새가 아주 진동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검찰에 '공문서 위조 동 행사 및 공동정범' 혐의로 조국 장관을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국 장관 아들의 인턴증명서 허위발급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서를 제출한다는 것이다.
내일 모레면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추석 민심은 또 어떻게 요동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조국 일가의 비리 의혹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정권의 검사'가 아닌 '대한민국 검사'들을 응원한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