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중(反中) 시위대가 12일 홍콩 국제공항 터미널을 점령해 홍콩을 출발하는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되는 전례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의 개입 가능성이 한층 짙어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정오쯤부터 검은 옷을 입은 수천 명의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 터미널 건물을 점령했다. 출국장에선 시위대로 인해 출국 승객들의 발권 및 위탁 수화물, 보안 업무 등 탑승 수속이 전면 중단됐다. 공항 당국은 오후 4시가 지나면서 홍콩을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전면 취소했다. 최소 180여 편이 취소됐다. 5시 30분 이후 도착 항공편도 무더기로 취소 혹은 연기됐다. 홍콩 항공 당국은 13일 오전 6시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른 눈을 돌려다오” - ‘범죄인 인도법’ 완전 철폐를 요구하는 홍콩 시위대가 12일(현지 시각)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전날 경찰이 쏜 주머니탄에 맞은 한 여성이 오른쪽 눈 실명 위기에 처한 것에 항의하는 뜻으로 안대나 천 등으로 한쪽 눈을 가리고 나왔다.

홍콩 시위대는 앞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연속 공항 터미널에서 침묵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위의 정당성을 알리는 홍보 활동 등 평화적으로 시위를 마쳤다.

그러나 11일 밤 시내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한 여성이 경찰이 쏜 '주머니탄'(살상력이 낮은 알갱이가 들어있는 탄)에 오른쪽 눈을 맞아 실명 위기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흥분한 시위대가 이날 정오부터 다시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시위대는 오후 5시 13분쯤 한 시위자가 확성기로 "우리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외치자, 일제히 철수했다. 항공편 취소로 귀가하는 승객들과 시위대가 한데 뒤엉키면서 공항 주변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홍콩과 접한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지난 10일 물대포 등을 장착한 중국 무장경찰의 장갑차량이 대규모로 기동하는 모습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기도 했다. 홍콩 언론들은 "같은 날 선전시 경찰이 실시한 대규모 폭동 방지 훈련에 참가한 경력(警力)"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홍콩 사태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날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양광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홍콩은 중대한 순간에 이르렀으며, 폭력범죄를 철권으로 엄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