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8시 39분쯤 영국 세인트 마거릿만(灣)에 있는 절벽 위로 바다 방향에서 공중을 날아온 한 사나이가 천천히 착륙했다. 그는 주먹을 하늘로 내지르며 환호했다. 프랑키 자파타(41)라는 프랑스 발명가가 스스로 개발한 '플라이보드'라는 비행용 보드를 타고 영불해협 횡단에 성공한 순간이다. 비행기나 배가 아니라 개인용 비행기구를 이용한 최초의 영불해협 횡단이다. 영화 '아이언맨'이 현실 속에 등장한 셈이다.
자파타는 이날 프랑스 칼레 근교 해변을 출발한 지 24분 만에 영국 땅을 밟았다. 중간 급유를 위해 미리 대기하고 있던 선박에 내려 4분간 머무른 시간을 빼면 20분 만에 35㎞ 거리의 바다를 건넜다. 자파타는 "감격스럽다"며 "(횡단을) 준비하는 6개월 동안 너무 힘들었던 만큼 이제 휴가를 가야겠다"고 했다. 그는 아홉 살 아들에게 휴대전화로 "아빠가 성공했다"고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자파타는 7월 25일 영불해협 횡단에 처음 도전했다가 중간 급유 선박에 제대로 착지하지 못해 실패한 뒤 이날 두 번째 도전에서 성공했다.
자파타의 플라이보드는 발판에 5개의 소형 제트 엔진이 달려 있다. 비행기 엔진을 작게 만들어 붙여 놓은 것이다. 5개 엔진을 합치면 1500마력에 달해 벤츠 S클래스 승용차(350d 기준) 5배에 달하는 출력을 낸다. 최고 속도는 시속 190㎞다. 플라이보드의 엔진은 아래 방향으로 고정돼 위로 솟구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전후좌우로 움직이게 설계돼 있다. 엔진을 비스듬하게 뒤로 향하게 해서 앞으로 날아갈 수 있고, 좌우로 이동도 가능하다. 올라탄 사람은 원격조종장치를 이용하고 동시에 몸을 움직이는 것을 조합해 방향을 조종한다. 연료는 제트엔진에 쓰이는 케로젠이란 석유 물질을 이용한다. 탑승자가 케로젠이 담긴 배낭을 메고 최대 10분을 날아갈 수 있다. 플라이보드 무게가 100㎏, 연료를 가득 채운 배낭의 무게는 35㎏이다.
플라이보드는 새로운 차원의 비행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프랑스 정부는 우선 군(軍)에서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한다.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장관은 "빠른 속도로 적진에 침투할 수 있는 도구"라고 평가했다. 자파타는 지난 7월 14일 파리 시내에서 열린 프랑스 대혁명 기념식 군사 퍼레이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 앞에서 시범 비행을 했다. 마크롱은 "혁신적인 발명품"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프랑스 최대 항구 도시 마르세유 출신인 자파타는 16세 때부터 수상 스포츠인 제트스키 선수로 활동해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2011년 선수 생활을 그만둔 자파타는 2만유로(약 2600만원)를 종잣돈으로 수상 플라이보드 개발에 나섰다. 발판에 제트엔진을 달아 사람이 돌고래처럼 물 위로 솟구쳤다가 잠수한 뒤 다시 점프하는 것을 빠른 속도로 즐길 수 있는 도구를 2013년 개발했다.
자파타는 수중 플라이보드를 응용하면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2016년부터 플라이보드 개발에 몰두했다. 역경이 많았다. 개발 초기에 실수로 제트엔진에 손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 두 개가 잘렸다. 항공 당국에서 비행을 불허해 공무원들을 쫓아다니며 비행을 허가해 달라고 설득해야 했다. 지난해 프랑스 국방부 무기국이 130만유로(약 17억원)를 투자한 것을 계기로 플라이보드 개발은 본궤도에 올랐다. 자파타는 4일 영불해협 횡단에 성공한 뒤 "앞으로 플라이보드의 성능과 연료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