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19일 걸프만 해역에서 유니언잭(영국 국기)을 달고 항해하던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나포했다. 영국 선박으로 분류됐지만 이 배의 실제 소유주는 스웨덴 기업이고, 23명의 선원 중 영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도 영국이 사건 당사국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국제적으로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떤 선박이든 선주(船主)가 속한 국가가 아닌 다른 나라에 선박을 등록하고 그 나라의 국기를 꽂고 항해할 수 있다. 사람으로 치면 고국에서 활동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국적을 얻어 살아가는 것과 같다. 이런 제도를 편의치적(FOC·flag of convenience)이라고 한다. 선주 나라의 세금과 선박 관련 규제를 피해 세금이 거의 없고 규제가 느슨한 나라에 선적(船籍)을 두는 것이다.

따라서 선박 등록을 많이 받는 나라는 조세회피처가 많다. UN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총톤수 기준)이 등록된 나라는 파나마이다. 2위는 마셜군도, 3위는 라이베리아다. 실제 배의 소유주를 기준으로 선박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총톤수 기준) 1~3위가 그리스, 일본, 중국 순서인 것과 완전히 다르다. 선박 등록을 많이 받아주는 나라들은 선박 등록비와 유지 관리비 명목의 수입을 거둔다. 파나마는 선박 등록을 통해 매년 수천만달러를 벌어들인다고 BBC는 전했다.

선박 등록은 반드시 바다가 있는 나라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선주가 해당 국가를 반드시 찾아가야만 등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박 등록을 받고 싶은 나라들이 '손님'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예컨대 내륙 국가인 몽골은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내고 선박 등록을 받고 있다. 라이베리아는 선박 등록 업무를 대행하는 민간 기업과 계약을 맺고 미국 워싱턴DC에서 선주들을 호객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과 관련한 분쟁이나 사고가 생겼을 때 소유주가 아니라 선박을 등록한 나라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이란에 억류된 스테나 임페로호의 선주는 스웨덴 기업이지만 영국 정부가 자국 선박이라며 이란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