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반대로 시작된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친중(親中) 진영과 반중(反中) 진영으로 나뉘어 시위를 벌이는 등 홍콩의 정치적 분열과 반목이 심화되고 있다. 또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단체 회원이 제조한 것으로 보이는 대량의 폭발물이 적발되는 등 극단적 폭력을 우려할 만한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지난 19일 밤 홍콩의 한 공장건물을 급습해 강력 폭발물질 2㎏가량과 10개의 화염병 등을 적발하고 현장에서 27세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적발된 폭발물은 지금까지 홍콩 당국이 적발한 것 중 최대 규모로, 경찰은 20일 25세 용의자 2명을 추가로 체포했다.

압수된 폭발물질은 2005년 런던 테러, 2015년 파리 테러 때 사용됐던 'TATP(트라이아세톤 트라이페록사이드)'라는 물질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홍콩민족전선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범죄인 인도법 반대 전단과 확성기, 안전모, 새총 등을 발견했다. 홍콩민족전선은 체포된 남성이 단체 소속이라고 인정했으나 폭발물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범민주 진영 연합체인 민간인권전선 주최 7번째 주말 시위가 21일 오후 3시부터 벌어졌다. 주최 측이 당초 5만여 명의 참가를 예상한 시위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시위대 일부는 완차이 소재 홍콩 경찰 본부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경찰본부 주위에 물이 채워진 높이 2m, 무게 2t의 플라스틱 바리케이드 장성을 쌓았다. 시위대는 이 장벽에 경찰을 비판하는 구호를 붙이고 시위대를 촬영하는 경찰관에게 레이저를 쏘기도 했다.

전날에는 친중 진영의 '홍콩 수호' 집회가 열려, 주최 측 추산 31만6000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등을 흔들며 "반중 시위대가 홍콩의 안정과 번영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위 사태가 길어지면서 시위대와 정부·경찰 간 대립 구도가 친중 대 반중의 대립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분법과 상대에 대한 거친 공격이 횡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