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만에 22억달러(약 2조5930억원)어치 무기를 팔기로 한 가운데, 차이잉원〈사진〉 대만 총통이 카리브해 순방길에 역대 총통 중 최장 기간 미국에 체류하는 경유 외교에 나섰다.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12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11일(현지 시각) 카리브해 4국 순방에 앞서 경유지인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차이 총통은 뉴욕에서 2박 한 뒤 13일부터 18일까지 아이티·세인트키츠네비스·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세인트루시아를 차례로 방문해 각국 정상과 회담할 예정이다. 그는 귀국길에 다시 미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2박 한 뒤 22일 귀국한다. 미국에서만 총 4박 5일을 머무는 것으로, 역대 총통으로는 최장 미국 체류 일정이다.

뉴욕 도착 첫날 차이 총통은 주뉴욕 타이베이경제문화판사처에서 현직 총통으로는 처음으로 17개 우방국의 유엔(UN) 주재 상임대표들이 마련한 환영연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차이 총통은 "2300만 대만 국민은 국제사회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여기엔 어떠한 정치적 방해도 있어선 안 된다"며 "대만은 현재와 미래에 그 어떤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일에는 마이크론·시티은행·제너럴일렉트릭 등 미 기업 대표들이 참석하는 미국·대만 기업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는 등 미 정·재계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에 나설 예정이다.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 자체를 반대하는 중국은 발끈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대만의 공식 왕래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해외판 시론에서 "외부의 힘을 빌려 세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양안 관계를 악화시키고 대만을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황해(우리의 서해)에서 중국 해군 군함과 민간 선박이 바다를 가로질러 병력과 장갑차들을 실어나르는 민·군 합동 수송 훈련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해군과 다수의 민간 해운회사들은 수륙양용함과 여객선 등 선박 9척을 동원해 나흘간 실전 상황을 가상한 훈련을 벌였다.

중국 해군 전문가 리제는 "이번 훈련은 대만과 남중국해 도서를 겨냥한 상륙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무기 판매 소식과 맞물린 이번 훈련은 중국이 대만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