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직원 수천명의 이력 정보를 조사한 결과, 직원 중 상당수가 중국군이나 정보기관에 동시에 적을 두고 있거나 해킹 및 통신감청 분야에 종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베트남 풀브라이트대학의 크리스토퍼 볼딩 교수와 영국의 싱크탱크 헨리 잭슨 소사이어티의 연구원들은 중국인 2억명의 고용 정보가 담긴 한 데이터베이스에서 화웨이 직원 2만5000명을 찾아내 이들의 이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화웨이와 중국군 및 정보기관 간의 깊은 관련성이 드러났다.

한 직원의 이력서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국방과학기술대학과 서버 운영 체제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프로젝트 진행 경과를 화웨이의 부서 책임자에게 수시로 보고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연구팀은 특히 화웨이에 근무하면서 중국의 스파이 기구인 국가안전부(MSS)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인 직원들 숫자가 군이나 정보기관 근무 경험이 있는 직원 숫자보다 훨씬 더 많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팀이 찾아낸 한 직원은 자신의 직위를 '화웨이에서 일하는 국가안전부 대표'라고 밝히고 자신의 업무를 '화웨이 장비에 합법적인 정보 가로채기(interception) 기능을 장착하는 것'이라고 기술했다. 연구팀은 국가안전부에서 온 해당 직원이 영국 통신사 보다폰에서 일어난 백도어 스캔들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 4월 블룸버그통신은 "보다폰은 2011, 2012년 보안 보고서에 이탈리아 내 수백만 가구와 기업체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던 화웨이 장비에서 백도어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백도어란 합법적인 접속 권한이 없는 사용자가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비밀 칩 등을 뜻한다.

연구를 주도한 볼딩 교수는 "통신 분야 기업들의 경우 공안 및 군부 관련 이력을 가진 직원이 드물지 않지만 화웨이 직원들의 경우는 그런 일반적인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이중 고용' 행태가 쉽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화웨이 측은 이에 대해 "화웨이는 군 기관이나 정부 출신 지원자들을 채용할 때 그들이 해당 기관과 현재 무관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반드시 제출받는다"고 반박했다.

FT는 "이번 연구가 화웨이가 중국 정부를 위해 서구 정부나 기업에 대해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입증하는 건 아니지만 각국의 5세대(5G)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 채택 여부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