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정말 귀엽다. 축구 잘하네." U-20월드컵 축구 경기가 끝난 후 12년 전 KBS에서 방송한 '날아라 슛돌이'를 유튜브에서 찾아본 한 초등학생 말이다. 자기보다 열 살 이상 많은 현역 선수를 자기 또래인 양 칭찬한 것. 슛돌이뿐 아니다. 과거 영상을 손쉽게 볼 수 있게 되면서 '옛날 TV'를 세대 구분없이 즐기고 있다. 최근 히트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20~30대 참가자 중 "옛날 방송을 보며 트로트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이들이 많았다.
◇케이블은 지금 옛날 드라마 전성시대
주부 김정윤(38)씨는 요즘 초등학생 딸과 함께 드라마 '인어아가씨'를 즐겨본다. 2002년 MBC에서 방송된 이 드라마가 유튜브로 인기를 끌자 아예 한 케이블TV가 정규 편성했다. KBS '웨딩드레스'(1997), MBC '주몽'(2006) 등도 케이블 채널의 황금시간대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MBC 플러스는 옛날 드라마와 예능 을 전문 편성하는 채널 MBC ON을 지난 2월 개국했다. 1998년부터 2년간 100부작으로 방영된 '육남매', 2003~2004년 방송된 '대장금' 등 '명작'을 내보낸다. 고구려 건국 신화를 담은 2006년 작 '주몽'은 수도권에서만 하루 77만명이 시청했다. 20년 전 한류 열풍을 몰고 온 '겨울연가'도 지난 2~3월 KBS W채널에서 방영됐다.
◇유튜브, TV의 과거를 복원하다
SBS는 유튜브에 '띵작테레비'라는 전문 채널을 개설해 '시크릿가든'(2010) '주군의 태양'(2013) 등 옛 작품들을 올려놓고 있다. 짧은 동영상을 선호하는 인터넷 세대 특성을 고려해 30분 미만의 하이라이트 영상 위주로 만들었다. 대부분 조회 수 100만회 안팎을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순풍산부인과'(1998) 미달이의 인기도 여전히 현재형이다. '버릇없는 미달이' '미달이와 망태할아버지' 등 10분 내외로 편집한 영상의 조회 수가 모두 100만회를 넘어섰다. KBS는 'Again가요톱10' 채널을 개설해 김건모·신승훈 등 1993~1997년 1위 곡 모음 영상 등을 편집해 올린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운영하는 '한국고전영화' 채널에서 '티켓'(1986) '길소뜸'(1985) 등 옛날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많다.
옛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건 이른바 '막장'을 제외하면 시청률 10%를 넘기는 작품이 드물 만큼 최근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고령화된 TV 시청자와 복고(復古) 트렌드를 선호하는 젊은 시청자층들이 동시에 옛날 TV를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요즘 비(非)지상파의 과감하고 신선한 작품에 밀린 지상파의 궁여지책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