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허용하려는 홍콩 정부에 대한 민심이 폭발하면서, 홍콩 입법회(의회)가 12일로 예정됐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심의를 연기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개정안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강제 해산에 나섰다. 홍콩 도심은 마치 2014년 '우산혁명' 때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입법회 주변에 집결해 밤을 지새운 시민들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입법회 주변 도로를 점거했다. 이들은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채 "철회" 구호를 외쳤다. 시위 대열에선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이 휘날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12일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홍콩 입법회(의회) 주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이 법이 개정되면 당국이 반체제 인사 등을 중국 본토로 송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동맹 파업이 각계로 확산되자 입법회는 이날 예정된 법안 심의를 연기했다.

처음 수천 명이던 시위대는 동맹 휴업에 돌입한 홍콩과기대 등 7개대 학생들, 72개 고교 학생과 교사, 그리고 연대 파업에 들어간 사회복지사·회사원·항공사 승무원 등 각계 시민들이 합류하면서 수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100여 개 화랑과 400여 개 기업·점포도 이날 하루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 9일 103만명이 거리로 나섰던 홍콩 시민들은 "법 개정이 이뤄지면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 등 정치범의 중국 송환이 현실화돼 홍콩의 정치적 자유가 위축되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날 법안 심의를 재개한다고 밝혔던 입법회는 법안 심의를 미룬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법안을 완전히 철회하지 않으면 입법회 청사 점거, 고위 당국자 자택 포위, 지하철 등 도심 교통 차단과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위대는 오후 3시(현지 시각)부터 입법회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방독면을 착용한 채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며 시위대 강제 해산에 돌입했다. 대치는 밤까지 이어졌다. 최루탄 연기에 뒤덮인 도심의 모습은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시위대가 79일간 홍콩 도심을 점거했던 2014년으로 회귀한 듯했다. 이 와중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살해 협박을 받아,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일도 벌어졌다. 그는 이날 시위대의 행동을 "폭동"이라고 규정하고 "결코 홍콩을 사랑하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반면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평화적인 시위대에 고무총탄을 쏜 홍콩 정부의 결정에 충격을 받았다"며 "자유 대만은 자유 홍콩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이날 "홍콩 정부의 법안 개정을 결연히 지지한다"며 "홍콩의 번영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위도 홍콩 주류 여론에 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이 홍콩 시위 진압을 위해 무장 인민해방군을 투입했다'는 소문에 대해 "완전한 가짜 뉴스"라고 말했다. 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홍콩의 일국양제와 자치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한 것을 두고는 "미국은 중국 내정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 인사들이 이번 법안과 관련해 무책임하고 잘못된 발언을 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홍콩의 극단적 분리주의자들이 심각한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