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더’(2009) 포스터. 아들 도준(원빈)이 살인범으로 몰리자 엄마(김혜자)는 범인을 찾아나선다.

"그날 영화 '마더'(감독 봉준호) 촬영장에서 저는 여자로 누워 있던 게 아녜요. 어쩜 이렇게 배우를 우습게 아는지. 그게 너무 분해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죠? 정신이 안 도는 남자애, 성에 눈뜬 내 아들, 잘못될까 봐 이 여자는 옷도 안 벗고 양말까지 다 신고 자잖아요. 봉 감독이 원빈씨와 짜고 나를 속이고 성추행했다고 몰아가다니. 이런 말 입에 올리기도 두렵네요."

날벼락 같은 '김혜자 미투 해프닝'으로 응급실에 두 번 실려갔다 왔다는 배우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국민엄마'로 불리는 김혜자(78)는 지난 5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런 엄마를 여자로 생각해 그렇게 참담한 댓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고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논란은 지난달 9일 '마더' 흑백 버전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혜자가 "영화 속 내 아들인 배우 원빈씨가 들어와 잠들며 갑자기 내 가슴에 손을 얹었다"고 말하면서 일어났다. 김혜자는 이어 "대본에는 없는데 무슨 까닭이 있겠지, 하고 가만있었다"며 "근데 (봉준호 감독이) 만지라고 했다 하더라"고 했다. 부연설명을 요구하자 봉 감독은 "감독이 영화의 모든 것을 컨트롤한다는 환상을 가지기 쉽지만 많은 일이 현장에서 그냥 벌어진다"고 했다.

이날 관객 중 일부가 소셜미디어(SNS)에 '김혜자가 사실상 미투를 고백했다'고 주장했다.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차지하자, 이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실제로는 감독과 배우가 사전 협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봉 감독이 '도준이(원빈)가 만질 수도 있어요' 해서 제가 그랬어요. '뭐 어때, 바보 같은 애가 엄마 젖 만지고 잠들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제가 무엇 때문에 그걸 폭로하겠어요? 그동안 미투로 지탄받은 사람 중에 억울한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봉준호 감독은 지난 5일 영화 '기생충' 제작사를 통해 "김혜자 선생님 기억에 오류가 있었다"며 "제가 '선생님 기억이 틀렸다'고 하면 민망해하시는 상황이 될까 봐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불확실한 10년 전 기억과 말실수, 과장과 왜곡으로 번진 '김혜자 미투 해프닝'이었다.

김혜자는 "관객이 재미있으라고 얘기하다 실언했지만 성추행이고 미투라면 피해자는 누구냐"며 "세상과 사람들이 괴물 같았다"고 했다. 6일에야 안정을 되찾았다는 배우는 "제가 좀 신나면 말을 많이 하다 실수를 해요. 이번 사건은 생각 안 하고 지우기로 했어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