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 시각) 치러진 영국 지방의회 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이 의석을 3분의 1 가까이 잃으며 참패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자 성난 국민들이 심판한 것이다. 보수당과 함께 양당(兩黨) 정치를 이루는 노동당도 의석이 줄었다. 반면 소수 정당인 녹색당이 크게 약진했다.

4일 BBC에 따르면, 잉글랜드 248개 지역의 지방의회 의원 8410명을 뽑는 이번 선거의 개표를 끝낸 결과 보수당은 가장 많은 3564석을 얻긴 했지만, 기존 4894석에서 1330석이 줄어들었다. 27%에 해당하는 의석을 한꺼번에 잃은 것이다. 보수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지방의회 숫자도 137곳에서 93곳으로 줄었다. 일간 가디언은 "브렉시트를 해결하지 못한 데 실망한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고 했다.

통상 영국의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세, 쓰레기 수거, 주차 등 생활 이슈가 쟁점이었지만 이번에는 브렉시트 심판론이 주된 이슈로 떠올랐다. 영국은 지방의회의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이 행정까지 책임지며 단체장을 따로 뽑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로 보수당이 입은 타격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1 야당인 노동당도 기존 2105석에서 84석 줄어든 2021석에 그쳤다.

반면 좌우를 막론하고 소수 정당이 약진했다. 우파 진영에서는 친(親)기업 노선을 걷는 자유민주당(자민당)이 647석에서 1351석으로 배 이상 몸집을 불렸고, 좌파 진영에서는 녹색당이 선전하며 71석에서 265석으로 3배 넘게 의석이 늘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정치권이 브렉시트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 표출에 그치지 않고 EU 잔류를 원하는 영국인들이 적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자민당과 녹색당 모두 브렉시트 자체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분명하게 밝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민당은 빈스 케이블 대표가 '브렉시트로부터의 탈출(Exit from Brexit)'을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우물쭈물한 보수당 대신 우파이면서 EU 잔류를 원하는 유권자들이 대거 자민당 지지로 돌아섰다. 조너선 바틀리 녹색당 대표도 "우리는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한다는 분명한 태도를 보여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보수당 핵심 각료인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도 실망스럽지만 이달 말 치를 예정인 유럽 의회 선거에서 더 나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