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최신예 전투기를 대만에 판매할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이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극도로 위험한 행위'라며 미국을 한목소리로 비난한 데 이어 중국 전투기들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전투기와 10분간 대치하는 전례 없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중국 전투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온 것은 일요일인 지난달 31일(이하 현지 시각)이었다. 이 선은 중국·대만 간 암묵적인 군사분계선으로 통한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 젠-11 전투기 2대가 이날 오전 11시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서남 해역 상공을 침입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전투기들은 대만군 전투기가 긴급 발진해 경고 방송 등 대응 조치를 취하자 다시 중국 쪽으로 되돌아갔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들은 "중국 전투기가 대만 전투기와 공중에서 약 10분간 대치했다"고 보도했다. 대치 지점은 대만 본섬에서 약 185㎞ 떨어진 곳이었다.

중국 전투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은 것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그러나 당시엔 미국 정찰기를 감시하려다가 혹은 악천후를 우회하느라 우발적으로 중간선을 넘는 차원이었다. 대만 언론들은 "이번처럼 작정하고 넘어온 것은 극도로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대만 총통부는 "이번 침입은 의도적인 도발"이라며 "우리는 지역의 우방들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중국의 행위를 비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전투기의 도발은 지난달 27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판매 가능성을 언급한 지 나흘 만에 이뤄졌다. 차이 총통은 남태평양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경유한 하와이에서 "미국의 전투기 판매는 대만의 방위 능력과 군사적 사기를 강화시키고 대만 방어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블룸버그 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F-16 전투기〈사진〉 최신 기종 60여대의 대만 판매를 사전 승인했으며, 이는 아버지 부시 시절인 1992년 F-16 150대를 대만에 판매한 이후 첫 전투기 판매라고 전했다.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부터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신예 전투기를 팔라는 대만의 요구를 묵살해왔다. 그사이 중국의 국방비는 1997년 대만의 2배 수준에서 2017년 23배로 급증, 전력 면에서 대만을 압도하고 있다.

미국의 F-16 판매 움직임에 중국 국방부와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무기 판매든 군사 협력이든 우리는 결단코 반대한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뜨리는 행위는 그 어떤 것이라도 극도로 위험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격한 반응에 대해 "전투기 몇 십 대를 판다고 대만이 중국에 맞설 전력을 갖출 수는 없지만 미국이 대만을 계속해서 지지할 것이라는 의지 표시라는 점이 중국엔 타격"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엔 이는 군사적 차원 이상의 정치적 충격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