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2박 3일간의 핵 실무 협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첫 식사는 '닭한마리'였다. 그는 이날 오후 6시 35분쯤 항공기편으로 경기도 평택의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 오후 9시쯤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본국에 협상 결과를 보고했다. 보고를 마친 그는 오후 11시쯤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함께 서울 광화문의 숙소 근처 식당에 들러 닭한마리를 주문했다. 비건 대표와 후커 보좌관은 잔에 칭다오 맥주를 가득 채워 건배한 뒤 맥주를 들이켰다.

비건 대표는 '이번 평양 실무 협상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웃음을 띤 채 "대답을 할 수 없다"며 "지금 나는 배가 고프다"고 했다. 그는 평양에서 서울로 돌아와 오후 11시가 될 때까지 식사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협상 결과를 본국에 보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울로 돌아온 한밤에 ‘닭한마리’ 식사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8일 밤 11시쯤 숙소인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 근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그는 평양에서 2박3일간 실무 협상을 마치고 이날 저녁 서울로 돌아왔다.

이날 비건과 후커 보좌관은 동양인 보디가드 1명 외에는 별다른 수행원을 대동하지 않고 편한 옷차림으로 서울 시내를 활보해 호텔에서 식당으로 이동했다. 그는 이날 밝은색 청바지에 검은 롱코트 차림이었다. 그는 '(베트남) 다낭에서 회담이 열리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답 없이 살짝 웃다가 국자로 냄비 속 닭다리를 건져 올렸다. 비건 대표 일행은 자정 무렵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갔다.

비건 대표를 태운 항공기는 이날 오후 6시 35분쯤 경기도 평택 오산 미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지난 6일 오전 9시쯤 오산 기지에서 항공기를 타고 평양으로 향한 지 약 57시간 만이다. 미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가 평양에 2박 3일을 머문 것은 2009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당시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9년여 만이다.

외교 소식통은 "항공기가 전날 오후 비건 대표를 제외한 협상팀 일부를 태우고 평양에서 오산에 왔다가, 이날 오후 4시쯤 다시 방북해 비건 등 남은 협상팀을 데리고 왔다"며 "실무 협상이 사흘간 이어졌다는 건 그만큼 양측이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 협상팀 일부가 지난 7일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평양을 빠져나와 오산 기지에 온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협상 막판 비건 대표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본국의 훈령을 받기 위해 급하게 일부 팀원을 오산으로 보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통신 보안 문제로 미군 시설인 오산에 와 본국 지휘부와 교신했다는 것이다.

비건 만나러 한국에 온 日 외무성 국장 -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8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나기 위해 입국하고 있다.

그는 9일 오전 10시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방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이번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후속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비건 대표는 같은 날 오후엔 서울에 와 있는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만나 협상 내용을 공유할 계획이다.

비건 대표는 이번 협상에서 김혁철 전 주(駐)스페인 대사와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을 만나 비핵화 방안과 미측 상응 조치 등 회담 의제, 정상회담 의전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협상 장소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최고위층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평양이었던 만큼 협상 결과가 긍정적일 수 있다"며 "다만 미국이 제재 완화에 대해 양보하지 않았다면 추가 협상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