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임대 아파트에서 홀로 살던 노덕춘(85)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지 9시간여 만에 경비원이 알게 된 전형적 독거노인 고독사였다. 할머니 죽음을 확인하고 사흘 뒤 무연고자 장례 절차를 준비하던 전농1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할머니의 임대 아파트 입주자 관리 카드에 첨부된 문서를 발견했다.
변호사가 인증한 유언장에는 "장례를 부탁한다. 남긴 돈은 동회(동주민센터의 옛 이름) 사회(복지) 담당자와 상의해 좋은 곳에 쓰면 좋겠다"고 쓰여 있었다.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할머니의 '남은 돈'을 찾았다. 현금 1700만원 포함, 임대 아파트 보증금과 예금통장 잔액 등을 합쳐 1억8000만원이 있었다.
동주민센터는 무연고 장례로 치르려던 계획을 멈추고 전농동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지역 구성원이 모두 재능 기부에 나섰다. 동대문구 관내 외국어대 캠퍼스 사진관인 '외대사장'에서 할머니 영정 사진을 준비했고, 시신이 안치된 코리아병원은 운구차 비용 등 일부를 제외한 장례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30일 열린 할머니의 장례식은 문상객으로 북적였다. 전농1동 통·반장들이 카톡을 주고받으면서 주민들의 참석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도 정장 차림으로 빈소를 조문했다. 할머니를 발인하고 벽제 화장터에서 화장한 뒤 파주 용미리 숲에 수목장으로 모시는 절차에도 공무원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동행했다. 대표 상주 역할을 맡은 장세명(58) 전농1동장은 "슬퍼야 하는데 참 따뜻하고 밝고 유쾌한 장례식이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살았던 전농1동은 저소득층과 독거노인이 4800명 있다. 동대문구는 할머니가 남긴 재산을 관내 독거노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기금으로 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