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 초계기 위협 비행으로 불거진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해 미국이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 간 갈등 기류는 29일에도 이어졌다.

아사히신문은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주변 인물들을 인용해 "아베 총리가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일 관계를 일절 언급하지 않은 건 '한국은 미래 지향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연설에서 외교 방침에 대해 11분가량 발언했지만, 한국에 대한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미국·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대한다"고만 했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2017년 시정연설에선 "(한국은)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隣國)",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엔 "미래 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 관계를 심화시킨다"고 했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의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한국 대법원의 일본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자위대 초계기에 대한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 논란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에선 29일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초계기 위협 비행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다. 결의안에는 지난 23일 우리 군함에 위협 비행을 한 일본 초계기와 관련해 유감을 표하고, 일본 정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안 의원은 "최근 반복되는 일본 해상 초계기의 위협 비행은 우방 군함에 대한 명백한 도발 행위"라고 했다.

한·미·일 외교·국방 당국자들은 조만간 일본에서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진 북미국장은 유엔군사령부(유엔사) 초청으로 30~31일 일본 주재 유엔사 후방 기지를 방문, 유엔사와 일본 정부 당국자 등을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한·미·일 3자 접촉을 통해 한·일 갈등 해법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