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발표한 광화문 광장 재조성 설계안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23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광장 재조성 안에 대해 합의를 하지않고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발표를 했다는 이유다. 행안부는 "서울시의 계획안이 실행될 경우 행안부가 관리하고 있는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부지를 침범·훼손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서울시 구상대로 광장이 재조성될 경우, 정부서울청사는 공공기능 건물로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4월 광화문 광장 재조성 기본 구상을 발표하면서 정부서울청사·세종문화회관 앞 5차선 도로를 덮어 지금의 광화문 광장과 연결하고 정부청사 앞 주차장은 녹지 공원으로 꾸민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안을 본 행안부가 반발했다. 서울시가 녹지 공간으로 계획한 청사 주차장 부지는 시유지(市有地)가 아니라 정부 소유 땅이다. 시 계획대로 녹지 공간이 들어서면 주차장뿐만 아니라 사람이 드나들 출입구와 경비 초소까지 없어지게 된다. 이 부지는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의 이전을 제안한 설계 공모 당선작에서 동상 이전 부지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행안부는 "당선자들의 구상대로라면 정부청사는 출입구도 없고 주차장도 없이 건물 한 채만 남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광장 재조성으로 광화문 앞 삼거리를 현재 위치에서 남쪽으로 170m 옮기기로 한 시의 계획도 행안부의 반발을 불렀다. 시는 현재 정부청사 서쪽과 남쪽에 놓인 2차선 일방통행길을 왕복 6차선으로 확장해 우회도로를 만든다는 구상을 세웠다. 그런데 우회 도로 부지로 계획한 곳을 따라 정부청사 어린이집, 방문자 안내소, 경비대 등 중요한 부속 건물들이 있다. 계획대로 도로가 놓일 경우 이 건물들은 모두 철거해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시가 이런 구상을 발표한 뒤에 수차례 '이 계획안은 우리가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알렸는데, 갑자기 당선작을 발표해 당황스럽다"며 "실제 설계 과정에서는 우리가 제기한 문제점의 개선 사항이 반영되도록 서울시와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행안부는 현재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했지만 다음 달 세종으로 이전한다. 그러나 행안부 이전 뒤에도 정부청사에는 통일부·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들이 남아 있게 된다.

서울시와 행안부 관계자는 우회 도로 개설 문제를 두고 몇 차례 의견을 교환했으나 '도로를 넓히기 위해 건물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시의 입장과 '수용할 수 없다'는 행안부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는 "광화문 광장 재조성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이번에 발표된 정부서울청사 주변 조성 계획은 사전 합의가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현재 당선 계획안을 밀고 나갈 경우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그런 상황까지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행안부 반대에 대해 "이번에 발표한 당선작을 토대로 앞으로 관련 기관 및 이해 관계자 등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설계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철거되는 건물의 대체 부지 매입과 건립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해 행안부를 최대한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